그룹·인터뷰 중년여성과 종교|허탈과 좌절감을 이기기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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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종교계의 치맛바람이 자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택가의 몇집 건너 들어선 교회에서는 교인들을 부르는 종소리와 기도소리가 드높고, 사찰의 불당안에는 가족들의 안녕과 부귀를 비는 여성들의 대열이 늘어서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종교는 죽음을 가까이 느끼게되는 노년층할머니들의 주된 관심사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3O,40대 중년층, 20대의 젊은층에도 종교를 찾는 바람이 크게 불고있다.
『중년기에 만난 좌절감을 이기기 위해』 『내 자신을 찾기 위한 정신적 방황때문에』 『어느 계기에 인간존재의 나약함을 깨닫고 더 큰 힘에 의지하기 위해』『가족의 평안과 질병치유를 위해』 『친구의 끈질긴 권유로』 -이상은 5명의 중년여성들이 밝히는 자신이 종교를 찾게된 경위다.
작가 박령애씨는 전시대에 비해 보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종교를 찾고 종교 속에 몰두하는 것은 『팽창하는 우리사회의 산업화에 의해 유발되는 각종 병폐를 극복하는 한 방법인 것 같다』고 얘기한다.
산업화에 따라 물량위주, 지나친 경쟁위주로 치닫는 사회는 인간상호부신을 낳았다. 또한 대가족이 핵가족화하고 가정살림살이가 간편화해짐에 따라 여성들은 보다 많은 여가와 함께 의지 할 곳 없는 허탈감을 함께 느끼게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취미생활을 위해 꽃꽂이·도자기·회화· 뜨개질을 배우기 위해 신문사가 주최하는 문화교실을 찾는다. 허무러져 가는 몸매를 가다듬기 위해 에어로빅댄스·테니스·수영을 배우러 몰려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던 끝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궁극적으로 관심을 들리게 되는 것이 종교. 그들은 스스로 또는 주변의 권유에 의해 교회나 절을 찾는다. 특히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선교열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기독교교회는 그들을 중요 포교 대상으로 삼는다.
교회나 절은 이들 여성들에게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끼리라는 연대의식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나아가 교인들끼리의 그런대로 규모가 있는 하나의 두교사회가 이루어진다. 종교를 통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좁은 가정을 넘어 좀더 큰 새로운 사회와 접촉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전통작인 한국의 종교와 무속들이 다분히 그랬듯이 『남편을 출세시키고 싶다』 『아들을 남고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등의 어떻게 보면 소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인 소원을 위해 종교를 찾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 자신 기독교 신자이기도한 작가 송원희씨의 얘기다.
이렇게 종교가 급작스럽게 양적으로 팽창함에따라 유발되는 문제중의 하나가 종교계의 치맛바람. 종교가신도들의 구원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상업주의로 치달아 기업화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데 그 주된 역할을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를 믿는것은 좋은데 좀 조용히 믿었으면 합니다. 일요예배뿐 아니라 새벽기도다, 성경공부다, 구역예배다, 심방이다해서 거의매일 외출을 해야할 일이 있어요.」자신도 교회를 나가고 싶지만 어쩐지 커다란 자유를 유보시키는 것 같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한 40대 주부의 푸념이다.
그밖에도 노골적으로 십일조를 강요하는 교회목사, 신도끼리 계를 모아 절에 시주를 해야하는 비리들이 싫어 종교를 멀리하는데 특히 그 앞에 나서서 설치는 사람이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한때 40대초의 모녀고 동기동창 36명이 같은 교인이라고 하여 화제가 되었던 서울강남구압구정동의 소망교회 신도인 주금난씨, 그는 종교를 찾을 때 외부적인 비리보다는 그 속의 참뜻을 깨닫게되면 곁으로 나타난 현상이 크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종교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인 자신을 감내하기 힘들 때 초월적인 존재인 신을 찾는 탐구과정.
현세적으로는 윤리적인 가르침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제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김태길교수(서울대·철학)의얘기. 그러나 여성들은 자기 자신의 구원에만 관심을 갖고 더우기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을 기도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절면적인 종교판을 벗어나 보다 넓은 사죄로 눈을 돌리는 태도가 아쉽다고 송원희씨는 얘기한다.『단지 열심히 절하고 시주를 하고 합장하는 것만으로는 진실로 종교를 가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자기 나름대로의 믿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나름대로의 방법이 생겼을때 확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절이나 교회는 자신을 찾기위한 하나의 징검다리지요.」
박령애씨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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