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기자 TV회견 맹공세로 곤욕치른 레이건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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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레이건」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전국 TV회견때 백악관기자실의 「명물」인 「세러·매클렌던」이란 과부할머니 기자로부터 호된 곤욕을 치렀다.
1억명 이상의 미국민들이 TV로 생방송되는 회견장면을 지켜보는 가운데 「레이건」은 70살이 다된 이 여기자의 질문을 우물우물 넘기려다가 혼쭐이 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매클렌던 뉴스 서비스」라는 통신사를 경영하고 있는 이 할머니기자는 수십년간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역대 미국대통령들을 심심챦게 골탕먹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체중이 90kg은 족히 넘어보이는 이 할머니기자는 입심도 좋고 친구도 많아서 백악관을 출입하는 모든 남녀기자들이 퍼스트네임인 「세러」로 부를만큼 인기도 좋다.
재임 18개월간 「레이건」에겐 아직도 「세러」의 공세가 없어서 기자들은 『이제 저 할머니의 기운도 다됐나 보다』고 수군대기도 했으나 웬걸 지난달 28일의 TV회견때 기어이 그녀의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문제의 발단은 「세러」가 남녀차별이 아직도 정부기관내에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레이건」에게 보여달라고 요구한데서 비롯됐다.
「레이건」은 전혀 예상밖의 이 질문을 받고 『조사한 뒤 보여주겠다』고만 했으면 될 것을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면서 적당히 넘기려다가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미국대통령의 TV 회견시간은 보통 30분정도이기 때문에 기자의 질문은 한 두가지 정도로 그치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
그리나 「레이건」의 답변에 화가 난 「세러」는 혼자서 무려 12번이나 대통령에게 질문공세를 펴서 결국은 「레이건」의 처음답변이 「거것말」이었다는 것을 미국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음은 이날 있었던 「세러」의 질문과 「레이건」의 답변요지다.
-「세러」=대통령께서는 최근 연방정부의 각기관에서 아직도 여성을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받았을 겁니다. 그 보고서를 왜 아직도 공개하지 않지요?. 우리도 좀 봅시다.
▲「레이건」=나에겐 아직 그 보고서가 도착하지 않았읍니다.
-천만에요. 분명히 각료회의때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지난번 회견때 당신 자신이 분명히 받았다고 말했었지요. 저는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보았거든요(폭소).
▲내 기억력이 감퇴해가고 있다고는 말하지 마시오. 어쨌든 나는 재임 18개월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여성들을 많이 등용했읍니다.
-그건 좋습니다. 좌우간 그 보고서는 각료회의때 당신에게 제출됐읍니다. 그 내용중엔 여성직원들이 남자직윈들로부터 성적으로 몹시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고 적혀있다면서요?
▲성적 괴로움을 당한다구요?
-그 보고서를 좀더 열심히 읽어보셔요(폭소). 분명히 당신도 그런 점을 각료회의때 지적했어요(폭소).
▲「세러」, 잠깐. 그 문제는 이 정도로 해둡시다(폭소). 안그러면 우리대화가 「R」등급(성인만 볼수있는 영화) 판정을 받을지도 모릅니다(폭소).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시고 우리에게도 좀 보여달라는 얘기올시다. 나는 그 보고서를 보려고 몇년을 기다렸어요.
▲저는 남녀차별문제를 연구하기위해 특별 전담반까지 설치했음을 알아주십시오.
-각하, 그렇지 않습니다. 특별전담반은 당신이 시작한게 아니라「포드」대통령때 설치돼서 「카터」대통령때 예산이 지출됐어요.
▲그렇던가요. 내가 처음 시작하진 않았으나 남녀차별조항을 없애기위해 전담반으로 하여금 계속 연구시키고 있습니다.
-그 연구작업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폭소). 언제 그 보고서를 보여주겠어요(폭소).
▲다시 알아보지요. 하여간 나에게 제출됐던 보고서 내용중엔 엑스레이팀(노골적인 성인용 섹스영화)등급에 해당될만한 조항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레이건」이 그 보고서를 못보았다는 처음의 답변을 정정하고 나서야 「세러」의 소나기질문과 TV회견은 동시에 막을 내렸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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