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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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선을 다하라』-. 소년, 소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훈은 없다. 그것은 바로 인간정신의 극치이기도 하다.
『두 유어 베스트』(Do Your Best) 는 보이스카우트의 모토도 된다. 보어 전쟁 (남아전쟁·1899∼1902년) 의 영웅「베이든-포얼」경 (영국) 이 l908년에 출간한「소년정찰대』(Scouting for Boys) 라는 책은 그 실마리가 되었다.
보이스카우트의 창시국은 역시 영국이었다.
「베이든-포얼」경은 우선 6,7명의 소년들을 일조로 자연스러운 그룹활동을 시작하게 했다. 이것은 군인조직의 최소단위에서 얻은 아이디어. 인간관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최소의 규모인 것 같다.
지금도 소년 단원들은 독도, 신호, 끈 매기, 캠핑생활 등을 배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명예를 걸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최선의 정신이다. 그리고 법 (규약) 의 준수.
이를테면 보이스카우트는 소년들에게 모험과 단련을 통해 진취적인 기상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드디어 세계소년야영대회로까지 번졌다. 1920년 7월 런던 교외 올림피아에선 35개국 8천명의 보이스카우트들이 참석한 세계야영대회가 열렸었다. 잼버리의 시초다.
잼버리 (jamboree) 의 어원은 원래「시끌덤벙한 잔치」의 뜻이다.『모여든다』(jam) 는 말과 재깔 재깔 명랑하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합쳐져 잼버리라는 말이 되었다.
순진한 아이들의 세계엔 적대감도, 이념의 색채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잼버리대회는「논밀리터리」(비군사적),「논펄리티컬」(비정치적) 등 좋은 의미의「비」자 단서가 많이 붙어있다. 인종적, 종파적인 차별도 물론 없다.
오로지 행복한 생활과 친절과 관용만이 허용된다. 문자 그대로라면 소년들의 천국이다.
이런 세계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고 있다. 내년 8월엔 캐나다의 캐나다스키즈 컨트리에서 15회 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지난 79년 이란에서 열려야 할 14회 대회는 취소되었다. 이란의 국내정세 때문이었다.「비군사적」,「비정치적」이라는 이상이 무색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8월 4일부터 한국의 무주구천동 계곡에서 열리는 아·태 지역 잼버리는 세계잼버리의 중간년에 2년마다 열리는 대회.
이번엔 아-태 지역은 물론 회원국 (l백 19개국) 중에서도 1천명을 초청했다. 모처럼 산 좋고 물 맑은 계곡에서 세계의 소년들이 즐거운 생활을 갖게 되었다.
일찍이 우리나라는 화랑도의 전통도 없지 않다. 명산 대천에서 기량을 기르고, 웅지를 닦는 운동이란 점에선 보이스카우트의 원조였는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 우리는 아이들에게 주는 교훈에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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