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공략한 지 20년 … 여군 대위 경험 큰 힘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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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 최대 반관반민(半官半民) 여성 조직은 중국전국부녀연합회(부련)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부련 집행위원이었다. 한국에서 일찍부터 부련과 관시(關係·인적유대) 형성에 공을 들여온 곳이 바로 한중여성교류협회다. 하영애(62·사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20년째 이끌어 온 단체다.

 그가 협회를 세운 건 1994년. 국립대만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딴 뒤 귀국한 게 89년이다. 3년 후인 92년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하 교수는 “‘거대한 중국 대륙의 여성만을 상대로 하는 단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만에서 8년간 지낸 그는 중국어가 유창하다. 현재 협회엔 여성기업인부터 대학 교수 같은 전문직 종사자, 중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주부 등 일반인까지 회원으로 있다.

 그는 중국에도 한중여성교류협회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한·중 수교 10주년이 되는 2002년에 기회가 찾아왔다. 하 교수는 당시 펑페이윈(彭佩云) 부련 주석에게 5장에 이르는 친필 서한을 보냈다. 이후 부련과 정치·경제·문화 부문에서 민간 교류의 물꼬가 터졌다. 2007년엔 부련과 함께 베이징대에서 한·중 여성 양국언어말하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사회 요직에 진출한 중국 여성들의 공통점으로 하 교수는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꼽았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선 조직·직장 내 남녀차별이 덜한 까닭으로 분석했다. 또한 “한번 맺은 인연은 직위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내팽개치는 법이 없더라”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원래 ‘여성 장군’이 꿈이었다. 71년 경북 경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여군 사관후보생으로 군에 입대했다. 군에서 장교생활을 하면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땄다. 79년 육군 대위로 전역을 하고 다음해 대만 유학길에 올랐다. 하 교수는 ‘군 경험’을 교수직과 동시에 협회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았다.

 한중여성교류협회는 2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20주년 창립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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