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손님과 상인 나눔의 정 담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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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광고대첩에서 ‘숙자tv’로 대상을 받은 순천향대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광고를 소개하고 있다.

지역 대학생들이 온양온천 재래시장을 배경으로 나눔을 알리는 광고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산시가 천안·아산 지역 대학교를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제1회 광고대첩’을 열었다. 시의 주요 정책을 9개 주제로 나누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해 1분짜리 영상광고를 만들어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대학생 31개 팀이 참가해 경쟁을 벌여 순천향대 학생들이 ‘숙자tv’로 대상을 차지했다. 학생들을 만나 제작 배경과 과정, 수상 소감을 들었다.

“요즘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많아 재래시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요. 저희는 옛날 우리 이웃들이 시장에서 느끼던 정을 살리고 싶었어요. 아산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우리 영상을 보고 재래시장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광고대첩에서 우승을 차지한 학생들의 소감은 남달랐다. 대학생 31개 팀 중에서 대상을 받은 ‘숙자tv’는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창업동아리다. 이번 대회에는 동아리 학생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전부터 기업 홍보 영상이나 페스티벌 영상 같은 미디어 홍보물을 제작해 왔다. 우연히 광고대첩 공고를 보게 된 팀장 손지숙(23·여)씨의 제안으로 광고대첩에 참가하게 됐다.

시장서 산 재료로 도시락 만들어 상인에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학생들은 참가를 결정한 뒤 밤낮으로 광고대첩 준비에 힘을 쏟았다. 어떻게 하면 아산의 정책이나 브랜드를 1분짜리 영상에 효과적으로 담아낼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9개 주제 중 이들은 ‘재래시장 활성화 및 재래시장 캠페인’을 선택했다. 오랜 전통의 온양온천 재래시장이 아산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숙자tv’는 재래시장에 살아 있는 나눔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광고영상 또한 감동과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잔잔한 캠페인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여러 번의 회의 끝에 팀원인 한정민(23·여)씨가 제안한 ‘도시락 나눔’을 소재로 광고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광고 내용은 재래시장에서 직접 산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상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에는 ‘숙자tv’ 학생들이 시장에서 산 재료로 요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만들어진 도시락은 시장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시장 상인들이 가장 바쁜 시간인 점심시간. 이들은 직접 만든 도시락을 나눠주면서 끼니를 거르는 상인들에게 든든한 식사를 제공했다. 이는 재래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과 ‘나눔’의 가치를 ‘도시락’을 통해 다시 되돌려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도시락을 나눠주는 모습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다.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재래시장의 장점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재래시장을 ‘우리 손으로 살리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롯데시네마 아산터미널점서 수상작 상영

‘숙자tv’ 학생들은 이틀에 걸쳐 광고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한씨와 허혜진(23·여)씨는 휴학 상태지만 촬영 내내 학교에 나와 광고영상 제작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1학년인 김다운(20·여)·송기원(20)씨는 선배들의 추진력과 리더십을 배우며 제 역할을 다했다. 손 팀장은 팀의 주축이 돼 팀원들을 이끌며 전반적인 리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광고영상 촬영을 위해 시장에 나갔을 때 시장 상인이 촬영을 거부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영상 제작 취지를 설명하고 도시락을 주며 친근하게 다가가니 상인들도 진정성을 느껴 하나둘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들이 만든 광고영상 ‘진정(情)한 나눔’에는 아산 재래시장 상인들이 등장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결과적으로 ‘숙자tv’는 ‘제1회 광고대첩’ 최종 결선에서 11개 팀을 제치고 대상을 받게 됐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대상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팀원인 허씨는 “공모전에 참여한 게 처음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받아 기쁘다”며 “꾸준히 피드백을 하고 뜻이 같은 팀원들이 함께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원인 한씨는 “광고대첩에 참가하면서 도전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숙자tv’가 만든 ‘진정(情)한 나눔’은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가치가 잘 표현됐고, 나눔 문화 확산을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편 제1회 광고대첩 대상 수상작인 ‘진정(情)한 나눔’은 롯데시네마 아산터미널점에서 영화 시작 전 광고영상으로 상영된다.

글=장찬우 기자, 이은희 인턴기자 ,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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