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와상』 (45년 작·브론즈 높이 12·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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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켈란젤로」는 석괴에서 묻혀 있는 형상을 추출시킨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외부 공간과 회합시킴으로써 형상 세계를 이루어 준다는 것이다. 보통 일반적인 조형의 형상은 선, 면, 덩어리 등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것은 외부 공간과의 만남에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이 모든 형상을 낳게 해준다.
이것이 일반적인 조형 개념이다.
그러나 「헨리·무어」 조형 개념은 이러한 사실을 뒤집어 놓고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작품『 와상』이 그 한 예가 된다. 그의 형상은 외부 공간의 개입이 필요치 않은 상태의 것이다. 그는 형상 자체에서 공간을 산출시키고 그 결과 작품은 공간 형상으로 등장된다.
작품이 모자상이든, 와상이든, 가족상이든간에 우리에게 친숙한 그러한 개념의 형상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조형관이 중요하고 이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처럼 조형에다 공간성을 갖게 하기 위하여 돌덩어리 속에 잠겨 있는 형상을 추출한 대신 「헨리·무어」는 돌덩어리에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조형 예술이다.
이 관점을 요약해서 비교해 본다면 전자는 형상에서 공간을 찾는 이방이고 후자는 공간에서 형상이 산출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서 우리는 「헨리·무어」 자신이 말하고 있는 『조약돌과 바위는 자연이 돌을 다루는 방법을 보여준다』는 자연 공간 위주의 형성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이 자연의 대공간 안에서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임영방 <서울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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