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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論 뒤집고 지도부에 시비 걸고… 反骨들 때문에 "속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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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북 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 국정원 개편, 여권 신당 등 각종 쟁점 현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정치권에 일군의 '이단아'그룹이 있다.

이들은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당론, 또는 다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소속 당 지도부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존재다.

그렇다 보니 "속터지게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흔히 '비주류'나 '소신파''반골'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각당의 브레이크 역할도 하고 있다.

◆운동권 출신 비주류=한나라당 내에서 소수 의견을 내는 얼굴은 일정하다. 또 집단화돼 있다. 주로 '국민 속으로'회원이다. 이부영(李富榮).이우재(李佑宰).김홍신(金洪信).김부겸(金富謙).서상섭(徐相燮).안영근(安泳根)의원 등이다.

이들은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권고 결의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라크 파병 때나 대북 송금 특검법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북.대기업 정책 등에서 당의 보수적 노선이 드러나면 진보 편에 섰다.

자신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경험을 같이해 동지적 애정을 가졌다"(김부겸)고 말한다. 김홍신 의원을 제외하곤 운동권 출신으로 투옥 경력이 있다.

이들은 재야 운동권에 머물다 1990년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제도 정치권으로 들어갔다. 이부영 의원은 91년 김대중(金大中).이기택(李基澤)씨가 함께 한 민주당에 합류했다.

95년 金전대통령 그룹이 빠져나간 뒤 김홍신 의원이 가세했다. 이들은 97년 막바지 조순(趙淳)총재와 함께 신한국당과 합당, 한나라당을 창당한다. 김부겸.서상섭.안영근 의원도 함께 했다.

이우재 의원은 민중당을 하다가 이재오(李在五).김문수(金文洙)의원과 함께 15대 총선 전 신한국당에 참여했다.

이들은 주로 한나라당 내의 보수.영남권 의원들과 논쟁을 벌인다. '수구''보수'라고 공격해 온 김용갑.김무성.정형근 의원 등에게서 "뜻 맞는 당으로 가라"는 탈당 요구를 받기도 한다.

일관성을 보이는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운동권을 민중주의 또는 민족주의 쪽으로 양분한다면 이재오.김문수 의원은 민중주의 쪽, 이부영 의원 등 비주류는 노무현 정부 핵심그룹과 비슷한 민족주의 쪽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신파 양산되는 민주당=민주당 쪽 사정은 좀 복잡하다. 돌출 발언이나 소수 의견이 수시로 나오는데 한나라당과의 차이는 언제, 누가 발언을 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신파들이 제법 포진한데다 盧정부 출범으로 당내 주도세력들의 교체가 진행 중이어서 중구난방이다.

5선의 조순형(趙舜衡)의원, 검사 출신인 함승희(咸承熙)의원과 서울서 다섯차례(연임 포함) 구청장을 지낸 김성순(金聖順)의원이 대표적 소신파.

趙의원은 최근 盧대통령이 TV토론에서 "언론이 대통령 대접을 해준 적 있느냐"고 하자 "대통령이 잘 해야 대접받는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나라 신문들이 대통령을 너무 대접을 많이 한 것이 탈이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咸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잦은 이유에 대해 "옛날 권위주의 정권에서야 재야운동하면 개혁이었지만 이젠 기관의 문제점을 잘 알아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는 게 개혁"이라며 "막연히 책으로 읽고 소위 인권운동하며 길바닥에서 익힌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경재(金景梓)의원 역시 盧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면서도 대북 송금 특검.개혁신당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국정혼선을 질타하고 동교동계를 공격해 화제가 됐었다.

신당논의가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신주류 핵심인 추미애(秋美愛)의원도 주목받고 있다. 대북 송금 특검법 공포에 반대했고, 제주 4.3사건 사과 유보 결정에 대해서도 정부를 비판했다.

북핵 관련 3자회담에 한국이 배제된 데 대해서도 앞장서 盧대통령을 공격했다. 김경재 의원을 제외한 이들의 공통점은 수도권 출신이라는 것이다.

◆盧대통령과의 인연=양당의 소위 '이단아'들과 盧대통령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김홍신 의원은 "함께 산에 많이 다녔다"고 한다.

盧대통령이 민주당 대변인일 때 부대변인을 한 김부겸 의원은 "술을 많이 먹으러 다녔다. 코드가 맞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소신파들은 지난 대선에서 盧대통령을 지지하긴 했어도 정치적 인연은 깊지 않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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