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맨, 드라마속 장소 찾는 진정한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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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요즘 드라마속 주인공들로 재벌 2세들이 난립하면서 드라마속 장소를 섭외하는 로케이션 매니저 일명 헌팅맨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소 섭외중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대형저택을 찾는 일이기때문이다. SBS‘루루공주’‘그여름의 태풍’KBS‘부활’등 드라마에서 재벌 또는 준재벌이 등장한다. 이들이 사는 집을 섭외하는 것은 헌팅맨들의 몫이다. 하루 몇시간씩 드라마를 촬영해야하고 사생활 공개를 꺼리는 대형주택 거주자들의 태도 때문에 드라마속 배경으로 사용되는 재벌 집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서울 평창동이나 성북동 등에서 아는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섭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택을 촬영하는 비용을 지불한다. 일본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드라마 촬영 장소와 건물, 주택 등이 관광지로 부각되고 홍보에 염두를 둔 지자체의 드라마 유치노력으로 헌팅맨들의 작업은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졌지만 재벌집의 무대로 사용되는 대형저택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아름다운 날들’ 이병헌의 집으로 사용됐던 서울 평창동 한 단독주택은 ‘천국의 계단’ 최지우 집으로 다시 사용되는 일도 있었다. 헌팅맨들은 늘어나는 재벌 2세 주인공들 때문에 오늘도 대형저택을 찾아 헤메고 있다. 프리랜서 이윤수씨는 “대형저택에 사는 사람들이 워낙 사생활 공개를 꺼려 연기자나 제작진의 지인 집이나 아는 사람의 소개로 섭외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헌팅맨들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제 ‘겨울연가’에 환호했던 일본인에게는 남이섬은 더 이상 생소한 공간이 아니다. 이름없는 낯선 어촌 정동진은 한국의 최고의 관광명소가 됐다. 영덕항은 대게로 알려진 작은 항구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고싶은 항구로 거듭났다. “남은 건 가슴의 상처와 이 집뿐인데 그래도 괜찮니?” 이병헌의 가슴 울리는 명대사가 전개되고 송혜교와 따스한 키스를 나누던 제주도 섭지코지는 연인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전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들 장소들을 일반인들의 가슴과 눈을 한숨에 붙잡아 버린 공간으로 거듭나게 만든 사람들이 바로 헌팅맨들이다. 방송사에선 ‘섭외 담당’으로 불리는 헌팅맨들이 아니었다면 이들 장소들은 여전히 작은 어촌이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무명의 공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드라마 내용, 등장 인물 성격 등과 어울리는 배경이 되는 곳을 찾는 것은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드라마 배경이 되는 장소와 공간 등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드라마의 상징적 의미 등 드라마 내적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영상의 완성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드라마 배경의 선택 여하에 따라 시청자의 관심의 유도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근래들어 드라마의 배경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극중 배경이 되는 장소나 건물을 찾는 것이 바로 헌팅맨이다. 섭외담당은 30여명 정도활동하고 있으며 방송사 소속도 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정동진을 ‘모래시계’ 배경으로 결정한 서정민씨, ‘그대 그리고 나’의 영덕항과 ‘올인’의 섭지코지를 일약 유명 관광지로 만든 이윤수씨, ‘겨울연가’의 남이섬을 극중 배경으로 삼은 유영집씨, 강원 폐교를 유명 공간으로 만든 ‘가을동화’의 옥성일씨 등이 알아주는 헌팅맨들이다. 헌팅맨들은 드라마 기획서가 나오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드라마에 적합한 장소와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작가와 연출자와 논의해 최종 장소를 결정한다. 이때 헌팅맨은 단순히 멋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내용과 구성에 맞는 장소, 그리고 촬영의 용이함, 교통편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그래서 헌팅맨 대부분은 영화나 방송에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한다. 수많은 장소와 건물 등이 빼곡히 적혀 있는 수첩이 보물 1호라는 이윤수씨는 “헌팅맨으로 성공하기위해서는 작품 분석부터 촬영, 조명 등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에 모든 과정을 알아야한다. 단순히 멋진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겉에서 보면 여행하면서 장소를 선택하는 편한 직업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유영집씨는 “보통 드라마 기획부터 방송이 끝날 때까지 장소 섭외를 위해 소요되는 기간은 5개월에 달한다. 정말 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도 건물주인 등이 거부하면 극중 무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내용에 맞는 장소를 찾기위해 1년중 6개월정도는 밖으로 나돌아야하는 어려움이 많다. [제주도 일부장소를 유명하게 만든 '올인', 재벌집이 등장하는 '루루 공주' , 일본인들의 필수 관광코스인 남이섬이 주요 배경인 '겨울연가'(왼쪽부터). 사진제공=KBS, SBS, 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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