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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국경제의 잠재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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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미국이 여전히 강력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광대하고 비옥한 국토, 풍부한 부존자원, 고도의 기술수준, 완벽한 사회간접자본, 거기에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의체제로서 자급자족의 바탕 위에 계속적인 번영이 가능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미국이 조만간 위대한 국민성을 깨워 산업재건에 성공함으로써 현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자유세계의 리더 역할을 계속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 돌아본 「훌리트-패커드」의 컴퓨터 반도체공장, 반도체산업의 요람인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 계곡, IBM의 완전 자동화된 반도체공장을 돌아보고 그런 확신을 더욱 굳혔다.

<레이건 등장과 새 활력>
「레이건」행정부는 지금 미국민들의 가슴속에 새로운 자신감과 의욕,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어 거대한 잠재력의 용광로에 불을 붙임으로써 머지 않아 경제재건과 국가부흥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은 이 같은 노력을 주도하는 가운데 특히 기업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깊은 감명을 주었다.
작년 정월 취임사에서「레이건」대통령은『기업가들이야말로 새로운 일자리와 부와 기회를 창조해 내는 오늘날의 영웅들』이며, 이들은 그들이 국가에 내는 세금으로『정부를 지원하고 국방을 견고히 하며 무직자를 구제하고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교회와 자선사업, 예술과 교육을 지원하며, 애국심과 건전한 가치관으로 국민생활을 지탱해 주고 있다』고 기업가들의 역할을 높이 찬양한바 있다.
「레이건」대통령은 이어서 미국이 오늘날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정부의 불필요하고도 과도한 팽창 에 기인하는 생활간여 및 침해와 무관하지 않다』고 갈파하면서『우리는 정부가 우리의 위에 군림하거나 우리의 둥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곁에서 국민과 함께 일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이 강하고 부유한 미국을 되찾는데 총궐기할 것을 호소하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바 있다.
이러한「레이건」대통령의 직접 호소에 따라 작금의 미국의 조야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하고 세금의 감면으로 투자의욕을 진작시키며, 각종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완화하고 연방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하는 등의 과감한 시책으로 경기회복을 자극하고 있다.
예컨대 가동률 저하와 실업의 위협에 직면한 GM의 노조가 종래의 투쟁방법을 바꾸어 우선 회사의 재생을 돕자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들 했다. 자동차노조의 전략전환은 미국경제 회생에 하나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느니 일본경제에 추월 당할 것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을 두루 다녀보고 정상급 경영인을 비롯해 각계의 지도자들을 만나보면 미국의 긍지와 자신, 또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고 미국 전체가 부와 활력으로 차 있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풍부한 자기금융능력>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 미국은 비록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약화되었다 하나 전세계 GNP의 5분의 1이라는 경제력을 아직도 견지하고 있다. 무역 없이 세계 최고의 생활 수준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 하나뿐일 것이다.
벡텔의「벡텔」고문을 만나서「벡텔」의 최근의 수주로는 캐나다의 5백억 달러 짜리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말을 듣고 그「미국적 규모」에 놀라지 앉을 수 없다.
홀리트-패커드의「패커드」회장에게 은행관계를 물었더니『거래은행이 어딘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 세계적인 컴퓨터 메이커는 풍족한 자기 금융능력 때문에 은행에 기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얘기다.
GE의 일부인 보스턴 엔진공장은 10만평 대지 위에 건평 7만여 평의 것이었는데 조경과 단장이 그토록 깨끗할 수가 없었다. 노임이 우리의 5배 수준이었는데 내외시장을 상대로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요컨대 GE가 채택하고있는 첨단기술과 장비 탓이었다.
작금의 미일무역 마찰은 처음부터 싸움이 안 되는 어른과 아이간의 다툼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미일 양국간에는 총체적 국력면에서 서로 비교가 안될 정도의 차이가 있다. 최근 IBM 컴퓨터 기술을 둘러싼 산업스파이 사건은 일본이 자랑하는 일부 첨단산업기술분야에서도 미일간에는 쉽게 메울 수 없는 갭이 있음을 웅변해주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아닌가 한다.
뉴욕교외에 있는 IBM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IBM측은 반도체공장의 로보트를 이용하는 제조공정을 모두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사진촬영마저 허용하기에 내가 보안상의 문제는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공장은 함부로 흉내낼 수가 없으며 일본인에게 아직 보여주지 앉고 있는 생산성이 3배나 높은 최신식 자동반도체공장이 따로 있는데 희망한다면 그 공장도 보여줄 용의가 있다고 생각지 앉았던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이번에 일본측이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하려고 기도했던 컴퓨터 기기가 있던 공장이 바로 이 공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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