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감시 프로그램 '대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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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PRISM)은 2007년 미국 보안법 제정으로 탄생한 국가안보국(NSA)의 국가 보안 전자 감시 체계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프리즘의 정보 수집 범위가 대중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고 폭로해 논란이 됐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 뉴스사이트 보쉰(博訊)은 프리즘에 비견되는 대규모 감시 체제가 중국에도 존재해 13억 인민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름하여 ‘대정보(大情報)’라 불리는 감시 프로그램으로 중국 공안부가 10년 전부터 극비리에 구축해온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만 1조위안(약 178조원)이라고 했다. 2002년 공안부장에 취임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의해 추진됐다.

보쉰에 따르면 대정보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도시 곳곳의 카메라, 해외 중국인 등을 통해 정보 수집과 감시를 벌인다. 한국 등 많은 다른 국가에서도 행해지는 일들이지만 수집ㆍ감시 범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무단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공안은 물론 유관기관들은 사법부의 영장 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대상의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다. 재개발에 항의하는 철거민 등 불만 세력들도 감청 대상이다. 특정 GPS로 전화번호 소지자의 위치와 이동 지역, 함께 있는 사람들의 정보도 알 수 있다. 한국은 경찰이 영장을 가지고 통신사에 의뢰해야 수집할 수 있는 정보지만 중국에선 이런 절차들이 필요 없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인터넷 데이터들은 웬만한 보안 설정으로는 모두 정부 수집 자료에 저장된다. 보안을 풀 수 없는 경우엔 소프트웨어 변형을 꾀한다.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의 보안은 미 연방수사국(FBI)도 뚫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은 스카이프에 투자한 홍콩 부호 리카싱(李嘉誠)을 이용해 데이터 수집을 가능케 한 스카이프-톰(Skype-Tom) 버전을 출시케 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 내 통신 기업들을 통제하고 있다. 야후는 사용자의 e메일 등을 중국 당국에 제공했다. 이로 인해 최소 3명의 중국 기자가 기소됐다. QQ와 웨이신(微信) 등 채팅서비스들은 원래 회사 서버를 거치지 않는 P2P 형식이지만 데이터가 회사를 통과하게 만들었고 음성 채팅도 모두 수집된다. 컴퓨터ㆍ휴대전화에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를 심어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 레노버의 ‘싱크패드’ 컴퓨터를 구매하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 전역의 각급 도시에서 노상과 택시ㆍ버스에 카메라가 부착됐다. 2009년 광둥성 선전(深?)시엔 80여만 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는데 시민 15명 당 1대 꼴이다.

이런 식으로 수집된 정보로 놀랄 만한 통제가 이뤄진다. 감시 카메라로 시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그 중 어느 두 사람이 한 비행기에 탑승하면 곧바로 당국의 경고가 날아간다.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심복으로 미국 망명을 시도했던 왕리쥔(王立君)은 충칭시 공안국장이던 2010년 춘절(한국의 설) 직전 5일 간 4000여 명의 불온 인물들이 충칭으로 들어온 사실이 6시간만에 대정보 시스템에 파악돼, 그 중 3400명이 ‘48시간 안에 충칭을 떠나라’는 경찰의 대면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정보란 이름도 왕리쥔이 명명한 충칭시 감시체계에서 비롯됐다.

보쉰은 대정보가 미국의 프리즘 보다 훨씬 “무서운” 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프리즘은 법규에 맞춰 정보가 수집되고 재판정에서 증거로 활용되지만, 대정보는 법규도 없고 단지 ‘업무상 필요’라는 모호한 근거에 의해 무단 수집ㆍ활용된다는 이유다.
보쉰은 대정보의 정보 수집을 피하기 위해선 중국에서 개발된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과, 중국에서 쓰이는 스카이프-톰 버전 인터넷 전화, QQㆍ웨이신 등 중국 채팅 프로그램도 쓰지 말라고 주장했다. 대신 보안 강도가 높은 구글의 G메일을 권장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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