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28일부터 시행] 신문 '자유' 보장한다며 '제한'으로 가득 찬 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최근 신문법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대상은 한 언론사에 실무수습 중인 사법연수원생 약 30명. 법률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강연이어서 부담스러웠지만, 내 예단은 잘못이었다. 언론에 관심 있는 예비 법조인조차 신문법의 구체적 조항을 읽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법 제정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제한, 신문발전기금 조성 및 지급, 신문유통원의 설립 등을 두고 그토록 시끄러웠지만 구체적 내용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에 놀랐다.

신문법을 읽자.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다. 민주사회는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돼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가는 사회다. 시민의 목소리는 언론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될 때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신문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신문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법을 제정한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이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시민이 직접 신문법을 읽어봐야 한다. 이유는 또 있다. 신문발전기금을 조성해 신문사를 위하여 사용한다니, 내 돈이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신문법의 정식 이름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다. 신문의 자유를 믿는 사람에겐 신문법이 잘 읽히지 않을 것이다. 3조부터 '하여야 한다'와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문구가 쏟아져 나온다. 신문의 편집에 대해서 그렇고, 신문사의 조직과 운영에 대해서 그렇다. 신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법이 '제한'으로 가득 차 있는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문법은 신문의 기능 보장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신문시장이 제대로 기능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가가 나섰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과 다른 기준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것도 그렇고, 모든 신문의 내용을 통제하는 사회적 책임 조항과 공공성 조항도 그렇다.

신문법이 원하는 '기능 보장'은 모든 신문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모두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아무 신문이나 읽으면 된다. 우리가 원하는 신문이 그런 것인가. 오히려 자신의 시각에서 세상사를 전달하는 신문이 다양하게 있으면, 그것으로 신문의 기능은 다 한 것이 아닌가. 그 다음은 독자가 선택할 몫이 아닌가. 내가 읽고 싶은 신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신문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그 신문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지 국가가 나설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시각에서 신문법을 보면, 편집위원회와 독자위원회를 임의조항으로 법제화한 것이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 기준을 공정거래법과 달리 규정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국가가 주도하는 신문의 기능 보장과 독자가 선택하는 자유로운 신문 제도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한 것인지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내친 김에 신문법과 더불어 만들어진 '언론 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도 읽어보자. 언론의 보도내용이 '국가적 법익이나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였는지 심의하여 필요할 경우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이르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 맞나.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