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부 차별화…같은 평형 다른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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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2.2평형, 32.3평형처럼 비슷한 평형을 여러 개로 나눠 분양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부지 모양 등에 따라 똑같은 분양 면적으로 설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평면 구조를 적용해 같은 평형을 차별화하기도 한다.

분양가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1천만원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특히 입주 때 가격은 분양가와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청약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6일부터 청약을 받는 서울 4차 동시분양에 나오는 10개 단지 중 4곳에서 일부 평형을 여러 형태로 나눠 내놓는다. 가장 관심을 끄는 도곡주공1차 재건축 단지는 26평형을 여섯 가지로, 33평형은 네 가지로 나눴다.

분양가는 같은 평형에서 1천4백만원까지 차이 난다. 분양사무소 측은 "방향 등은 비슷하지만 내부 설계가 일부 다르다"고 말했다.

역시 이번 동시분양 때 신원종합건설이 서초구 서초동에서 내놓는 31평형도 네 가지로 나눠 1천5백만원까지 분양가 차이를 뒀다.

지난달 서울 3차 동시분양 때 나온 이수건설의 브라운스톤방배 32평형은 A~D형으로 나눴다. 분양가는 같았다. 이수건설 분양사무소 김현구 소장은 "배관 설치 등에 따라 면적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해 가구수를 늘리다 보니 같은 평형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게 건설업체 사람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신평면 개발 경쟁이다. 대우건설이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시 기산리에 분양한 태안푸르지오 31평형을 평면에 따라 A.B형으로 나눴다.

B형은 일반적인 3베이(전면에 거실과 방 2개를 배치)인 데 비해 A형은 주방을 앞으로 배치했다. 이 회사 김희정 과장은 "수요자들의 다양한 생활방식을 고려해 같은 평형을 평면에 따라 나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크게 차이난다. 태안푸르지오의 경우 31B평형보다 공급면적이 0.2평 작은 반면 분양가는 1백50만원 비싼 31A평형은 수도권 1순위에서 24.2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여 B형(19.4대1)보다 인기를 끌었다. 브라운스톤 방배도 방향에 따라 51~1백41대1로 서울 1순위 경쟁률이 차이를 보였다.

분양가가 싼 곳이 입주 때 1억원 이상 비싸지기도 한다. 이달 입주하는 서울 서초동 삼성래미안의 경우 34.44.50평형을 모두 A.B형으로 나눠 2000년 4월 분양했다.

분양가가 2백만~5백만원 쌌던 A형이 현재 더 비싸다. 2억4천3백여만원이던 34A평형은 5억5천만~6억2천만원선에 거래되는데 2백만원 쌌던 34B평형 상한가는 6억8천만원선이다.

50평형도 4백60만원 저렴했던 A형이 B형보다 많게는 1억원 이상 비싸 최고 시세가 10억원을 넘는다. 인근 명성공인 관계자는 "B형이 대부분 경부고속도로 옆이어서 소음 등으로 인해 싸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분양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금호베스트빌 28평형 A.B형 분양가는 5백만원 정도 차이 났으나 분양권 시세는 1천5백만~2천만원 정도 벌어졌다.

때문에 꼼꼼한 청약자세가 필요하다. 동과 층, 방향, 내부구조를 확인하고 아파트가 들어설 현장을 방문해 도로 등 주변 환경의 영향도 점검해야 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분양 때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방향.위치.내부구조 등에 따라 입주 때 가치는 천양지차"라며 "특히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기 때문에 층.조망권 등이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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