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 매매나 강제 노역 당하는 현대판 노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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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3580만명이 여전히 인신매매나 강제 노역 등으로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계 방식이 변경되며 올해 노예 수는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국제 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은 전세계 167개국의 노예 실태를 취합한 ‘2014년 글로벌 노예 지수’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재단은 노동 착취를 당하거나 강제 혼인, 성적 착취, 감금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현대판 노예’로 규정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1428만57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324만1400명)ㆍ파키스탄(205만8200명)ㆍ우즈베키스탄(120만1400명)이 뒤를 이었다. 북한은 인구의 0.4%인 10만8200명이 노예로 집계돼 43위, 한국은 인구의 0.2% 수준인 9만3700명으로 49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한국은 비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등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는 “인도에서는 벽돌 가마와 카펫 직조 등 직물 산업에서 대규모 인력이 강제 투입되고 있으며, 국경 지역에서는 여성과 아동들이 무차별하게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온 농민공을 건설 현장이나 공장·광산 등에서 강제 노역시키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정부가 매 가을마다 100만명을 동원해 면화를 수확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내전이 계속되는 소말리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소년들이 전투에 강제로 나가고, 2022년 월드컵 개최 예정인 카타르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이 열악한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강제 투입되고 있다. ‘현대판 노예’가 적은 유럽에서도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의 경우 약 56만명이 대마 재배에 착취되고 있다.

워크프리재단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은 “노예는 전쟁과 기아로 고통 받는 국가들만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단결된 행동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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