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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상 중국 경제 앞날은] 下. 국제 자본 흐름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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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따라 국제 금융.자본시장의 흐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추가 절상되면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 막대한 달러 자산을 보유한 일본.대만 등의 중앙은행이 위안화 절상에 맞춰 자기 통화를 절상하면 달러 약세는 가속화된다. 이 경우 미국에 집중됐던 국제자본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가 추가 절상되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가 올라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에 타격을 줄 우려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절상을 예상한 단기투기자본(핫머니)이 중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여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 달러 약세로 가나=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면 자신이 보유한 각종 달러화 자산의 가치는 떨어져 앉아서 손해를 본다. 6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7110억 달러로 일본(8435억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중국이 보유 통화 다변화에 나서 달러를 처분하고 엔.유로를 사들이면 좋겠지만 한번에 많은 달러 자산을 팔아치우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일본이나 한국(2050억 달러).대만(2536억 달러)도 비슷한 처지다. 외환시장이 아시아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예민한 것도 이 때문이다. 2월 말 "보유 통화를 다변화한다"는 한국은행의 국회 보고자료가 외신을 타고 전해지자 달러가 한때 곤두박질친 것이 좋은 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상은 아시아국가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의 다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급격한 달러 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임스 글래스먼 이코노미스트는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일본이 달러를 팔아치우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나라는 계속 달러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 미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나=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갖고 있는 달러화 자산 중에는 미국 국채가 많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중국은 1911억 달러, 일본은 7149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아시아 국가들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보유 물량을 줄이면 국채 가격이 내리고 수익률은 상승한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면 최근 급등한 미국의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시장금리에 연동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증가하고 과도하게 올랐던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에도 위험 요소가 된다.

NYT는 "1987년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었지만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87년 10월 뉴욕 등 세계 증시가 폭락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에 핫머니 유입 우려=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금융.증권 시장에 대규모 핫머니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 절상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장기 투자보다는 '치고 빠지기식' 자금 운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위안화 추가 절상으로 차익을 노리는 국제자금이 계속 유입되면 중국 내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 우려로 금리인상 등을 단행하면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핫머니가 급격히 빠져나가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중국 입김 강해지나=위안화 절상이 지속되면 국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과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은 갈수록 강해질 전망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른 만큼 더 많은 달러를 기업 인수나 원자재 구매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일본이 막대한 무역흑자와 엔고를 바탕으로 미국 자산 매입에 나선 것과 같이 중국의 '미국 사들이기'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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