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9단을 死地로 몰아넣은 김주호의 연속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3국
[제5보 (70~83)]
白·曺薰鉉 9단| 黑·金主鎬 3단

70으로 달아난다. 백이 A로 이을 여유는 없다.

이곳은 묘한 구석이 있는데 흑이 B로 끊어도 백엔 A로 몰아 살려내는 수단이 남는다. 일단 끊어지면 현실적으로 살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1백% 사망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주호3단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판을 응시하고 있다. 표정은 거의 없다. 하늘처럼 높아보이던 曺9단과 마주앉아 진검승부를 펼치는 이 순간이 자못 감동스럽지만 어려서부터 단련된 이 젊은이는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형세는 흑 우세. 그러나 혼전"이라고 검토실은 중간평을 내린다. 바로 이 무렵 김주호가 묘한 수를 둔다. 바로 73이다.

백의 날일자에 73처럼 두는 것은 속수의 표본이며 프로들이 금기로 여기는 행마다. 이 수를 생략하고 그냥 75로 뛰어도 탈이 없는데 김주호는 왜 굳이 이 수를 두었을까.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검토실은 '신예의 미숙' 탓으로 돌리고 말았다.

曺9단도 73의 악수를 보며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무서운 음모(?)를 눈치채지 못했다. 알았다면 어찌 한가하게 76을 둘 수 있었겠는가.

76으로 '참고도1' 백1로 지켜두면 이쪽은 안전하다. 그러나 흑2로 선제당하면 C의 노림수가 사라지고 이어서 8로 끊기면 바둑은 아무 낙(樂)이 없게 된다. 우변이 불안한데도 일단 76을 둔 사연이다.

바로 이 직후 흑의 맹폭이 시작됐는데 그 수순과 맥점이 검토실을 감탄시켰다. 먼저 77의 절단. 이 수에 백78은 필연이다 그때 79로 끊으니 80 또한 필연이다. (이 수로 '참고도2'처럼 따내는 것은 흑2로 몰려 안된다).

이때 81로 자충을 유도한 다음 83으로 쑥 빠져나오니 백은 응수가 고약하다. 끊기면 대마가 죽는다. 백의 대책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