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전염병 예방 첫번째가 손씻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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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온 세계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라는 전염병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나라에도 추정 환자가 발견되었고, 중국에서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새로운 환자 발생과 2차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공항검역을 강화하고 의심되거나 추정되는 환자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국민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환자 발생에 대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 중 한 곳을 격리병원으로 지정하려다가 인근 주민들의 항의시위에 밀려 이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병에 걸린 환자를 격리해 2차, 3차의 감염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못하게 되었으니 환자 관리에 큰 구멍이 뚫린 셈이다. 중국에서 초기 환자가 발생했을 때 2차 감염을 차단하는 조처가 불충분해 오늘날과 같은 사스 파동이 생긴 것이다. 이는 우리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스는 개개인이 예방에 노력하면 방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조사에 의하면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매우 적다고 한다.

환자가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오는 침에 의해 전염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만지거나 직접 접촉하면 전염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의심되는 환자와 직접 접촉을 피하고 환자가 사용한 식기.수건 등은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손을 입이나 코로 자주 가져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손으로 코나 입을 만지면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손을 통해서 바이러스가 옮겨가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예방에 중요하다. 이렇게 하고서도 안심이 되지 않으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사용한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은 사스 뿐만 아니라 콜레라나 이질.유행성 설사 등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현재 후진국병인 이질이 유행하고 있으며, 단체급식에 의한 설사병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기본적 개인 위생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손을 통해 균이 여러 사람에게 퍼뜨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철저하게 손을 씻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특히 화장실 사용 후 손 씻기가 철저하게 시행돼야 대변으로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 퇴치될 것이다. 항문을 청결하게 한 후에 수영장이나 공중목욕탕을 사용하는 것도 공중 예절이다. 이는 수인성 전염병의 유행을 차단하는 데 중요하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까지 간다. 손을 씻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공중보건의 기본 수칙인 손 씻기를 아직도 강조해야 하는 것이 서글픈 우리의 현실이다.

이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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