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생일 파티에 미국 부모도 '허리 휜다'

미주중앙

입력

주말 LA한인타운 인근 그로브 쇼핑몰의 '아메리칸 걸 플레이스(American Girl Place)' 매장.

2층에서는 어린이 생일파티가 한창이다. 최근 5살 난 자녀를 둔 엄마가 같은 학교 반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있다.

파티룸에서는 아이들 옆자리에 인형을 하나씩 앉혀놓았다. 카페 종업원은 이날 파티에 참석한 어린이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고 음식을 제공했다.

이날 참석 인원은 모두 5명. 부모까지 합하면 모두 10명이 함께 한 셈이다.

이 매장 식대의 최저가는 어린이 36달러, 성인 26달러다. 하지만, 테마별로 옵션을 추가하면 1인당 최고 260달러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따로 준비하는 케이크와 서비스 비용, 답례품인 구디백까지 추가하면 가격은 훌쩍 뛴다. 파티에 쓴 비용만 500여 달러.

한인들의 자녀 생일 파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서 수입이 넉넉지 못한 학부모들의 부담은 더 크다.

한인주부 엘리 양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아들 생일파티가 벌써 걱정이다. 올해는 30여 명의 유치원 반 친구를 초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림잡은 비용만 1000달러다.

장소는 아들이 원하는 '바운스 하우스(집 모양 튜브에 공기를 넣어 만든 놀이기구)'를 예약하고 인원에 맞춰 케이크에 어린이용 김밥, 피자까지 주문하니 예상했던 금액을 뛰어 넘었다.

양씨는 "요즘 생일파티가 집안 기둥을 뽑는다. 안 하려고 해도 혹시 아이가 학교에서 기를 못 피지는 않을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주부 박보영씨는 "아이 성화로 올해 생일파티는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까지 해주는 '티 하우스'에서 열어줬다. 기본요금 400달러에 케이크, 음식, 음료, 구디백까지 준비하니 700달러는 기본이다. 거기에 학부모 음식까지 준비하다 보니 거액을 지출했다"고 전했다.

이성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