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셋 다툼 … 박인비, 끝까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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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스테이시 루이스를 잡을 수 있을까. LPGA 올해의 선수상 은 마지막 대회 서 판가름 난다. [뉴시스]

‘새색시’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Player of the Year)’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추세라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17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의 멕시코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버디 5, 보기 1개)를 기록하면서 합계 11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골프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9점을 추가한 박인비(총점 226점)는 이 대회에서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한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에 3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박인비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루이스와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됐다. 박인비가 마지막 대회에서 7위 이내에 들고, 루이스가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경우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이제까지 한국 선수가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것은 박인비가 유일하다.

 전반기만 해도 박인비의 올해의 선수상 2연패 도전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박인비는 최근 두 달간 쾌조의 컨디션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루이스를 따라잡았다. 최근 9개 대회 성적이 박인비의 상승세를 보여준다. 지난 7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4위에 오른 이후 박인비는 우승 2차례, 준우승 한차례에 3위도 세 차례나 차지했다. 이 기간 톱10 밖으로 밀려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박인비가 상승세를 타는 동안 루이스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2차례 했을 뿐이다.

루이스

 지난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박인비는 올 시즌 목표를 세계랭킹 1위 유지로 잡았다. 올해의 선수상은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로 2연패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메이저 3연승을 달성했을 때 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올해는 꾸준함이 돋보인다. 박인비는 올해 22개 대회에서 17차례나 톱10에 진입했다. 톱10 피니시율 부문에서 77%로, 2위 루이스(63%)를 크게 앞선다. 박인비의 지난해 톱10 피니시율은 48%였다. 더구나 박인비는 지난달 결혼식 이후에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상 이외에도 박인비가 역전을 노리고 있는 타이틀은 또 있다. 상금왕을 비롯해 최저타수상(베어 트로피) 도전도 가능하다. 올시즌 220만 달러(약 24억원)를 벌어들여 상금순위 2위를 달리고 있는 박인비는 루이스(250만 달러)를 30만 달러(약 3억3000만 원) 차이로 뒤쫓고 있난다.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5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최종전 결과에 따라 상금왕 순위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최저타수 부문에서도 박인비와 루이스의 대결은 치열하다. 박인비는 올시즌 평균 69.57타로 69.48타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루이스를 뒤쫓고 있다. 만약 루이스가 최종전에서 8언더파를 기록하고, 박인비가 17언더파를 치면 순위가 바뀌게 된다. 박인비가 14언더파를 치고 루이스가 4언더파를 적어도 뒤집힌다. 대략 박인비가 루이스보다 10타를 적게 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는 루이스에 14타 차로 앞섰다.

 또 박인비는 LPGA 투어의 페덱스컵이라 할 수 있는 CME 레이스 투 더 글로브 순위에서도 루이스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최종전에서 우승을 하면 상금과 별도로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보너스까지 챙기게 된다. 최종전에 모든 타이틀의 향방이 걸려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 선수들은 에이스 박인비의 활약을 발판으로 올 시즌 LPGA투어에서 10승을 챙겼다. 한국선수 한 시즌 최다승인 11승(2006, 2009년)에 1승이 모자라는 성적이다. 박인비가 3승,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이 2승을 거뒀고, 유소연(24·하나금융)·허미정(25)·김효주(19·롯데)·백규정(19·CJ오쇼핑)·이미향(21·볼빅)등이 각각 1승씩을 올렸다. 김효주와 백규정 등이 가세하는 내년에는 LPGA에 한국 여자선수의 돌풍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30)이 합계 15언더파로 펑샨샨(25·중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승리해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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