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소꿉놀이’ 글로벌 기업이 내용 감수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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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서울에선 벤츠 자동차를 직접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 키자니아서울]

벤츠 자동차를 탄 어린이가 SK주유소에서 세차 중이다. 국방부라고 써놓은 건물 옆에 얼룩무늬 특수부대 옷을 입고 베레모를 쓴 소녀가 출동준비를 하느라 한창이다. 풀무원 건물에선 오렌지 세 개를 꽉꽉 짜서 소년이 주스를 만들고 있다.

 14일 서울 잠실의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서울’의 풍경이다. 키자니아는 ‘멋진 어린이들의 나라’란 뜻이다. 이름처럼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하고, 위생모를 쓰고 라면을 담고, 흰 가운을 입고 치아를 치료하는 이가 모두 어린이다. 키자니아서울을 운영하는 MBC플레이비 진현숙(54·사진) 대표는 “소꿉놀이처럼 보이지만 실제 기업이나 기관의 감수를 받아 정교한 도구와 시나리오로 진행한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우 본사 승인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키자니아에서 소화전 사용법과 심폐소생술을 체험한 어린이가 나중에 실제 상황에서 재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키자니아는 여러가지 직업을 체험해보는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시설이다. 오뚜기·파리바게뜨 같은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얼핏 보면 기업 홍보관처럼 보일 정도다. 진 대표는 “진정한 직업 체험이 되려면 현실감이 생생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실제와 똑같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키자니아=유치원생용 놀이공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중학생 진로 교육까지 가능한 고학년 프로그램을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며 “키자니아를 시작한 멕시코에서는 만 3세부터 16세까지를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고학년 프로그램 중 지하 화재현장에 출동해 시민을 구출하고 화재 감식을 하는 소방재난본부 체험은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화재감식단이 되어 화재 현장에서 발화점과 화재 원인을 찾는 등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키자니아서울]

 키자니아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롯데백화점·이마트 같은 기업이나 관세청·K워터 같은 기관이 연간 2억~8억원의 운영비와 체험 시설을 부담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법원이나 병원처럼 사회를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지만 해당 기관이 참여하지 않는 경우는 비용을 키자니아가 부담한다. 진 대표는 “일본 키자니아에서 선박과 중장비를 제조하는 기업(IHI)이 경찰서·법원 체험을 후원하고, 멕시코 키자니아에서 P&G가 유치원 체험을 지원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이 공공시설 체험까지 돕는데 한국은 아직 그런 경우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홍보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키자니아가 교육을 우선하지 않았으면 4년만에 약 340만명이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코리아가 ‘우리 브랜드가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풀무원은 ‘체험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실제 상황과 똑같이 해달라’고 하는 등 기업도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200억원을 투자해 내년 12월에 ‘키자니아 부산’을 센텀시티에 열 때는 해경이나 KTX 기관사 체험 등 지역 특성도 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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