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제의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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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원도 공직자인 이상 다른 공무원처럼 연금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현행 공무원연금법의 적용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 움직임이 구체화 하고있다.
연금법이 고쳐져 적용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되면 국회의원은 매월 세비에서 연금 기여금을 내야하고 대신 국회의원 재직기간은 물론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기간도 합산되어 연금을 받는 혜택이 돌아간다.
공무원 연금법의 개정움직임에 대해 국회는 물론 행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 제도가 새 공화국이 지향하는바 깨끗한 정치풍토를 조성하고 의원들의 청렴 의무 이행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 같은 원칙에는 이의가 없다.
은퇴나 퇴임후의 생활보장이 재임 중 성실한 근무를 촉진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국회의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회제도가 발달한 구미선진국에서는 이런 이유로 국회의원들에 대한 완벽한 연금제도를 실시하고있다.
일본만 해도 미국과 같은 완벽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국회의원을 그만둔 다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만큼의 연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나라도 선진국의 입법 예에 따라 7대 국회 때 이 문제가 거론되어 개정법안이 내무위를 통과하기까지 했으나 공무원 연금기금이 국회의원들이 끼어 들 만큼 충분치 못한데다 일반 공무원들의 복지대책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형편에서 국회의원이 연금을 받는 일은 시기상조라 해서 철회된 적이 있다.
정치상황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지고 연금기금의 규모가 방대해진 지금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어 구체화되고있다는 것은 따라서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에 대한 연금지급의 원칙론 적인 당부는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세비 외에 연금까지 지급하는 일이 국민들을 납득시킬지 의문부터 앞선다.
더우기 새 국회법은 국회의 개회를 하오로 못박고 있으며, 겸직도 허용하고 있다. 법을 이같이 제정한 뜻은「정치전업」을 하지 말고 가능하면 주업을 다른 직장에서 찾고 국회의원직은 국가에 대한 봉사로 생각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비만 해도 국회의원은 적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만한 세비에 더하여 나름대로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터에 연금까지 받을 만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일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선뜻 그렇다고 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청렴 의무 이행이다. 물론 새로 구성된 국회의원의 대부분이 사실상「월급쟁이」화 해서 세비나 당에서 지원해주는 공식비용 외에 다른 자금줄이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쓰는 자금이 한결같이 깨끗한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는가.
미국에서 이 제도를 완벽하게 실시하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개인의 자금과 정치자금을 엄격하게 법으로 구분하게 되어있는데다 언론을 비롯한 감시기능도 완벽하게 가동하고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사회에서는 단 몇 달러라도 출처불명의 자금을 받았다거나 선거자금으로 기부 받은 돈을 사용으로 쓴 것이 알려지면 그 정치인의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장이 나고 만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이기 때문에 연금법을 고쳐 국회의원을 그만 둔 다음 연금을 탈 수 있도록 제 머리를 깎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국회의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회의를 하오에 여는 것은 국회의원을 직업으로 여기지 말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선진국과 같이 청렴한 정치풍토가 아직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은 터에 일반 공무원처럼 연금을 타겠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쯤 되면 소승적으로「나 혼자 탈 배」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으로「국민이 모두 탈 배」를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이 아직 연금제 혜택을 못 받고 있는 마당에 자신의 연금문제부터 생각한다는 것은 어쨌든 선후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한 법 개정은 국민을 납득시키는 선에서 국민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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