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생 부쩍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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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졸업정원제 실시에 따른 강제탈락과 집안의 체면손상 등을 우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열등생 해외유학이 늘고 있다. 각 대학 유학상담실과 유학알선 업체상담창구에는 대학 1, 2학년생과 고졸·고3 학생들의 유학상담과 알선의뢰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미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 유형은 ▲졸업정원제의 중도탈락을 우려한「탈락공포형」▲가정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고려한「체면치레형」▲학과선택을 잘못한「오배치(오배치) 형」 ▲국내 명문대에 낙방했거나 합격 자신이 없는「명문대 노이로제형」등 갖가지. 이들이 찾아가는 외국 학교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앉고, 어학시험조차 치르지 않는 3류 학교가 많아 학자금 낭비라는 비판마저 일고있다.
이 같은 현상이 늘어나는 것은 작년 8월부터 해외 유학자격이 대학생의 경우「2학년이상 수료, 국가 자격시험합격에서「대학재학」만으로 크게 완화됐고, 고졸 생은「예·체능 분야의 전국규모대회 3위 이내 입상」에서「고교성적 석차 20%이내」로 유학 문이 넓혀진데다 외국대학들도 상당수가 경기불황 등으로 재정난에 부딪쳐 토플, SAT(적성검사) 시험면제 등 입학조건을 완화하고 있기 때문.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나간 해외 유학생수는 대학생이 2천 5백 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백 83명)의 3배가 넘고, 고교생(고졸포함) 이 2백 19명으로 작년 한 해 동안(1백 21명)의 1·8배나 된다 (문교부 집계).
이들 중 대학유학생의 절반 가량이 저 학년생들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명문대학에 합격은 했지만 중도탈락이 겁이 나거나 비 명문대학 재학이 집안체면을 깎는다는 생각에서 유학을 택한 학생들이고, 고교생들은 대부분 국내 명문대학 합격자신이 없거나 낙방한 학생들로 알려지고 있다.

<체면치레형>
가정환경이 부유하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데 비해 비 명문 대학에 들어간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주로 입학직후 자의 반·타의 반으로 유학수속을 밟아 해외로 빠져나간다.
후기전형인 사립 M대학의 경우 20개 학과의 금년 신입생중 학과별로 평균3∼4명씩 유학을 떠났거나 유학수속을 밟고 있는 실정.
현재 1학년생 10여명의 유학수속을 맡고 있다는 이 학교 유학상담실장 이 모씨(40)는『과거에는 졸업생이 대부분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가정환경이 좋은 l학년생이 거의 전부』라면서『대부분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외국대학을 찾고있다』고 했다.

<명문대 노이로제형>
명문대에 낙방했거나 합격자신이 없는 고졸 및 고 3학생들 중 일부 가정이 부유한 학생들은 고교재학 때부터 유학준비를 한다. 명문대에 낙방하면 즉시 유학 길에 오르기 위한 것이다.
지난 봄 서울 K여고를 졸업한 이 모양(19)은 이대에 응시했다가 떨어지자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파리의 모 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아 떠났다. 이양은 고교성적이 상위 20% 이내에 들지 못해 유학자격이 없자 3학년 때 미리 상위입상이 손쉬운 지방대학주최 미술 실기대회에 참가, 특기자 유학자격을 따놓았던 것. 고교교사들은 이처럼 교내성적이 좋지 않은 고 3학생들 중에는 미술·음악·체육 등 특기자 유학자격취득을 위해 입상이 비교적 쉬운 지방대학만 골라 참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했다.

<탈락 공포형>
가정도 부유하고 명문대학에도 합격했지만 실력이 달려 강제 탈락될 우려가 있는 학생들이 1, 2학년 때 스스로 도중하차해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대·연대·고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 관계자들은『이들 유학생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대부분 휴학자로만 처리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알 수는 없지만 정원미달이 없었던 올해 신입생의 경우 상당수가 탈락을 우려, 이미 유학을 떠났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대의 경우 학교추천이 필요한 병역 미필자중 해외유학을 떠난 학생만도 1, 2학년 가운데 25명에 이르고 있다.

<오배치형>
새 대학 입시제도 시행이후 합격선 난조 현상으로 자신의 적성이나 학력과 부합되지 않는 학과에 입학한 학생가운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유학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관계자들은 국내대학에서 전학이나 전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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