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때 학부모가 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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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급 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종업식은19일에 있지만 연휴가 끼어 실질적인 방학은 17일부터 시작되는 셈이 된다.
물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맞는 방학과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의 방학은 그 의미가 같을 수 없다. 그러나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단조롭고 꽉 짜인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일정을 자유롭게 짜고 마음껏 들로 바다로 나가 뛰놀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업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어린이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때 에너지절약을 이유로 겨울방학을 늘리고 그 대신 여름방학을 줄였다해서 일부 논란이 있은 적이 있지만, 금년부터는 여름방학을 예년에비해 약l주일 늘렸다고 한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겨울방학은 더 단축하더라도 여름방학을 늘리는 게 성장기어린이들의 건강이나 정신위생을 위해 더없이 좋은 일임은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능률도 오르지 않는 한 여름에 어린이들을 공부시켜보았자 그 효과가 대수로운 것이 될 수 가 없다. 차라리 그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자연과 벗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에 『긴 여름방학』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가정에서는 방학이 되면 학교를 다닐 때보다 더 극성을 떨어 자녀들을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짜인 일과표를 짜놓고 그대로 시행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방학이라고 해서 학과공부는 다 팽개쳐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처럼 틀에 짜인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나 학업의 향상을 위해서나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대로 여름방학은『산 교육의 기회』인 것이다. 산에서 바다에서 많은 어린이들은 대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의 오묘함을 스스로 터득하기도 하고 도시어린이들이 농촌생활을 하면서 농촌의 어려움을 알게되기도 한다. 그것은 학교가 가르칠 수 없는 교육의 또 하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일은 공부나 숙제를 하라고 채근하는 것보다 여름철에 일어나기 쉬운 안전사고에 주의를 하는 일이다.
익사사고의 대부분은 여름철에 일어나고 그중 어린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어린이들의 방학중안전사고는 부모들의 책임이 큰 만큼 각별한 지도를 해야한다.
그렇다고「과보호」가 부르는 부작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학생쯤 되면 며칠이나마 부모와 떨어질 수 있게 여행을 시켜보는 일도 한번쯤 시도해봄직 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어른들의 감시·감독이 없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어린이들은 그 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방학은 유용하게만 보내면 한참 성장하는 어린이들을 심신양면에서 살찌우는 기회가 되지만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금년 여름방학은 중·고생의 두발 등 자율화가 시행된 후 첫 번째 맞는 방학이다.
두발이나 교복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을 자칫 방종의 기회로 잘못 알고 탈선을 하는 경우가 적잖이 일어날것으로 예상된다.
생에 눈뜨기 시작한 남녀 중·고생들이 캠핑이다 미팅이다 해서 어울리다보면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중·고생들의 탈선이나 비행이 아주 없도록 할 수 는 없으나 어른들이 이 문제에 좀더 신경을 쓰면 훨씬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다.
여름은 사람을 포함한 대자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절이다.
귀여운 자녀들이 이번 여름을 뜻깊게 보냄으로써 앞으로의 인생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도록 학부모들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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