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테이프 유출]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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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팀장을 지낸 공운영(58)씨는 선린상고를 졸업한 직후 안기부에 9급으로 들어가 30년 가까이 일한 정보맨이다. 군대는 해병대를 제대했다. 뚝심이 있고 의협심이 강한 성격이라는 게 동료들의 평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공씨는 한번 한다면 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윗사람들이 도청 같은 민감한 성격의 일을 믿고 맡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안기부에 들어온 이후 내리 국내팀에 소속돼 있었다. 하지만 초반엔 그리 활약이 두드러지진 않았다고 한다. 공씨가 전성기를 맞은 것은 YS정부 시절 대공정책실장과 2차장을 지낸 오모씨와 호흡을 맞추면서다. 1994년 오씨가 인천지부장에서 대공정책실장으로 부임하면서 YS정부 출범 초 1년 동안 거의 활동이 없던 미림팀을 재조직했다. 공씨는 이때부터 98년까지 미림팀을 지휘했다.

그는 매일 저녁 팀원 2~3명과 함께 한정식집.술집 등으로 작업을 나가 정계.재계.언론계 인사들의 대화내용을 현장에서 도청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녹취록은 곧바로 오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는 다시 이원종.김현철씨 등 권력 실세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당시 그는 직급이 서기관(4급)에 불과했지만 차장들이 타는 고급 세단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특별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씨는 정권이 바뀐 98년 초 직권면직 당했다. 공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복직 결정을 받고는 곧바로 명예퇴직했다. 공씨가 취득한 비밀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정원은 아직도 공씨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씨는 SBS와의 인터뷰가 방송된 24일 경기도 분당의 자택을 나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SBS방송 직후 분당 자택으로 직원들이 출동했을 때는 공씨가 이미 몸을 피한 상태였다"며 "공씨가 오늘(25일) 전화를 걸어와 잠시 시간을 가진 뒤 조만간 자진출두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정원이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 같은 공씨를 두고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는 "공 팀장은 걸어다니는 핵폭탄"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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