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캡틴 쿠' 구자철, "브라질월드컵 후 한동안 패닉…0부터 다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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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캡틴 쿠' 구자철(25·마인츠)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구자철은 18일(한국시간) 오후 9시55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와 평가전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이 유력하다.

잔부상을 딛고 지난 3일 독일 분데스리가 브레멘전에서 도움을 올린 구자철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대표팀에 첫 승선했다.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이번 중동 2연전에 광저우 아시안게임·런던올림픽·브라질월드컵에서 캡틴을 맡았던 구자철에게 주장완장을 채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마인츠 구단을 직접 찾아 구자철의 몸상태를 점검할 만큼 공을 들였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다시 주장을 맡은 구자철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브라질월드컵 당시 (세월호 사고로) 침체됐던 국민들에게 힘이되어 드리지 못했다. 월드컵 후 한동안 패닉에 빠져 있었다. 모든 게 다 잘못됐고, 모든 게 다 어려웠고, 모든 게 다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며 "축구 선수는 축구를 통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0부터 다시 시작이다"고 다짐했다.

'앙숙' 이란전을 앞둔 구자철은 "이란은 종종 리드를 잡으면 시간을 지연하고, 페어 플레이 정신을 잊은 채 상대를 보호하지 않는 경기를 한다. 아시아 축구 질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분명 꾸준한 아시아 강팀이다. 볼프스부르크에서 함께 뛰었던 아쉬칸 데자가는 유럽 경험이 풍부하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로 아시아 1위다. 한국은 66위다.

-브레멘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부상을 털어낸 모습이다. 현재 몸 상태는 몇% 인가.

"현재 몸상태는 100%는 아니다. 그래도 부상을 털어내고 경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렇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게 몸상태나 훈련량을 봤을 때 앞으로 계속해서 좋아질거라는 것이다."

-9월 슈틸리케 감독이 마인츠 구단을 찾아가 몸상태를 점검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독일어로 대화를 나눠보니 어떤 축구 철학을 갖고 있던가.

"독일 분들이 슈틸리케 감독님에 대한 얘기를 많이한다. 독일 현지에서도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다. 직접 만나고 훈련하며 생활하다보니 '무서운 감독이 될 수 있겠다. 우리를 바꿔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중동 2연전에 발탁하며 "최근 좋은 모습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마인츠 관계자들의 평가, 최근 활약, 브라질월드컵 주장 등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구자철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한 신뢰를 내비쳤는데.

"감독의 신뢰는 굉장히 중요한거 같다. 선수들은 신뢰 메시지를 받으면, 신뢰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좋은 선수라면 반응을 잘할거라 생각한다. 그것과 별개로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감독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황태자'로 떠오른 남태희(레퀴야)가 포지션 경쟁자로 떠올랐다.

"사령탑이 바뀌면 어떤 선수든지 경쟁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이 때까지 해왔던 일이고, 해나가야할 일이다. 중요한건 기회가 왔을때 얼마만큼 내가 원하는 축구, 팀이 원하는 축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집중하다보면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기회는 모든 선수들에게 올거라 생각한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중심이었다. 아쉬움을 남긴 브라질월드컵은 축구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나.

"런던올림픽 동메달은 뜻깊고, 앞으로 선수생활에 있어서 기억에 남는 시간일거라 생각한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세월호 사고로) 조국이 침체됐을 때 국민들에게 힘이 되어드리지 못했다. 한동안 패닉에 빠져 있었다. 모든 게 다 잘못됐고, 모든 게 다 어려웠고, 모든 게 다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시간을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노력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축구를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축구선수는 축구를 통해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안좋은 경험만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많은걸 배웠다. 월드컵이란걸 경험했기 때문에 또 다른 월드컵에서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란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원정 텃세를 부렸고, 홈에서는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한국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렸다. 두 경기 모두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는데, 이번에 설욕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볼프스부르크 동료였던 아슈칸 데자가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을 두번이나 연거푸 꺾었다. 한국은 승리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그러나 이란은 강하다"고 도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전 승리 기억이 있다. 이란는 종종 이기고 있을 때 시간을 지연하거나, 페어 플레이 정신이 부족해 상대 선수에 대한 보호가 없는 경기를 한다. 아시아 축구 질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이란은 분명 아시아에서 꾸준한 강팀이다. 데자가는 유럽 경험이 풍부한 굉장히 좋은 선수다. 또 다른 좋은 선수들이 많은팀이다. 이란과 평가전은 중요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레버쿠젠)과 함께 뛰고 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후배가 기특한가. 또 박주영(알샤밥)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됐는데.

"흥민이는 독일에서 활약한지 4년이 다 되간다. 흥민이가 활약하는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근거리에서 많이 지켜봤다. 흥민이 경기를 볼 수 있을 때마다 챙겨보고 응원한다.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식으로 분데스리가 최고 대열에 합류했는지도 안다. 굉장히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독일이란 곳에 가서 언어와 문화를 빨리 익혔다. 매순간 흥민이의 활약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는다. 나 뿐만 아니라 한국팬들 모두 어떤 선수가 될지 기대하고 설레는 것 같다. 박주영 선수도 오랜 만에 발탁됐다. 모두가 마찬가지인듯 좋을 활약 펼쳐 팀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스트라이커로서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4년 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에 올랐다.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열린다.

"4년 전 아시안컵 득점왕을 계기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다. 당시에는 어렸다. 지금은 좀 더 다른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당시 형들의 위치에서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조금 달라졌다.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있다면, 4년 전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

-결혼도 했고, 아들도 태어났다.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축구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나.

"축구선수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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