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이탈리아 패션 명가, 극과 극 건물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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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체 앤 가바나의 디자이너 집무실.

▶ 고풍스런 분위기의 푸치성 볼룸.

세계적인 패션 그룹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돌체 앤 가바나'와 '에밀리오 푸치'. 각각 밀라노와 피렌체에 자리한 이들 회사의 본사를 둘러봤다.

◆블랙으로 말한다'돌체 앤 가바나'=밀라노 골도니가 10번지에 자리 잡은 돌체 앤 가바나의 본사. 1960년대에 지어진 사무용 건물을 2002년 설계디자인회사인 'Studio+ARCH'가 전면 리모델링했다. 로비로 들어가니 시칠리스타일의 빨간 벨벳의자 한 쌍이 눈에 띈다. 돌체 앤 가바나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의자다.

전체적으로 시칠리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검은색 현무암을 건물 바닥에 깔고 대형 유리를 벽으로 사용해 쇼룸 등의 공간을 구분하고 있었다. 건물 가운데에는 종려나무와 용설란이 자라는 지중해풍의 대형 정원을 만들었다. 1층에 자리 잡은 쇼 룸에선 바이어들의 상담이 한창이었다. 2006 봄여름 남성컬렉션에서 선보인 49켤레의 스니커즈와 동물 가죽 프린트의 가방을 상점처럼 진열하고, 바이어들은 쇼핑하듯 제품을 선정해 가격협상을 벌인다.

블랙은 세련돼 보이는 색이지만 너무 과하면 무거운 느낌을 준다. 대형 유리로 공간을 구분했다고는 하지만 유리를 통해 보이는 다른 사무실도 검은색 일색이라 답답함을 주기도 했다. 그나마 나무 소재가 이런 답답함을 보완해줬다. 건물 여기저기를 티크 목으로 장식해 자연적 요소를 살리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블랙을 벗어난 공간은 지하 레스토랑이었다. 검은색이 아닌 다채로운 색의 마욜리카 타일로 전체 벽을 꾸미고, 의자도 벽과 비슷한 패턴을 사용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이 식당은 평소엔 귀빈용으로 공개하고 컬렉션 기간엔 일반인들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푸치가의 궁전=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원지 피렌체의 한복판에 '팔라초 푸치(Palazzo Pucci.푸치 궁전)'가 있다. 15세기 르네상스 시절에 지어졌다는 이 저택은 지어진 지 5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푸치가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1992년 세상을 떠난 에밀리오 푸치는 이곳에서 자신의 첫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생산을 다른 곳에서 하지만 50~60년대만 하더라도 작업실에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가내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던 회사였다. 지금은 프랑스 패션그룹인 LVMH에 인수돼 본격적인 패션 회사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처음 들어서면서 받은 느낌은 이름과는 달리 의외로 소박하다는 것이다. 지어 진지 오래된 건물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사무실로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보존에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눈치였다.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프레스코 벽화와 장식은 눈에 띄었다. 차석 이미지 디렉터인 루시 타스카는 "장식들도 역사가 깊다"고 설명했다. "유리 샹들리에는 17세기에 베네치아 무라노섬에서 수공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또 모든 문의 손잡이와 창문에는 푸치 가문의 상징인 흑인 머리 문양을 한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흑인 머리는 중세 십자군의 보편적인 심벌이지요."

건물 중심에 있는 볼 룸에서는 패션쇼와 파티가 열린다고 했다. 현재 에밀리오 푸치사의 이미지 디렉터이자 창립자의 딸인 로도미아 푸치가 일하는 사무실의 사무 집기들도 심플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밀라노.피렌체=조도연 기자

*** 돌체 앤 가바나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동업으로 1981년에 시작한 브랜드. 마돈나.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패션 리더들이 가장 좋아하는 옷으로 유명하다. 섹시함을 한껏 드러내는 스타일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94년엔 캐주얼 브랜드인'D&G'를 런칭해 또 한 번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 에밀리오 푸치
피렌체 출신의 에밀리오 푸치 바르센토 후작이 1947년 친구를 위해 직접 만든 스키복 사진이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에 실리면서 만들어진 브랜드. 메릴린 먼로.소피아 로렌 등 수많은 여배우가 즐겨 입은 옷으로도 유명하다. 2000년 프랑스 명품 그룹 LVMH가 지분의 67%를 인수하며 경영을, 크리스찬 라크르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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