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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아줌마] 여자 구두는 왜 남자가 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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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Mr.조가 백화점을 둘러볼 때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 하나. 왜 구두 파는 매장에는 여성 직원이 없을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 직원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숙녀복을 파는 매장엔 남성 직원이 아예 없다. 아무래도 여성의 몸매는 여성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여성 구두 매장엔 남성 직원이 더 많을까. 여성의 발은 남성이 더 잘 아는 것일까? 국내 최대 구두 메이커인 금강제화에 물어봤다.

"글쎄요. 우선은 일이 힘들기 때문이겠죠. 명동 매장 한 곳에서 취급하는 여자 구두만 해도 모델이 1000개가 넘죠. 신발을 찾으러 창고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박스도 많이 날라야 하거든요."

조금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뭐 다른 매장은 안 그런가? 의류도 마찬가지 아닌가?

"관습적인 이유도 있겠죠. 처음 사업을 시작한 1950년대만 하더라도 일하는 여성들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당시 판매사원도 남성들이 대부분이었죠. 이런 현상이 굳어져 내려온 것 같아요."

이해가 가긴 했지만 궁금증은 다 풀리지 않았다. 속시원히 대답해 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건 요샌 판매사원의 성별에서 관습적인 통념이 많이 깨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 파는 남성들이 그렇다. 이런 식의 성역할의 파괴가 오히려 판매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들 한다. 여성들이 남성 직원에게 자신의 피부를 보여주는 행위들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이것이 새로운 시도라며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다.

제화 업계는 그런 면에 볼 때 선구자가 아닐까. 실제 매장 담당자들은 중년 여성의 경우 남성 판매원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한다.

예전부터 여성의 발은 성적인 이미지와 많이 연계돼 왔다.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가 왕자님과의 잠자리를 뜻한다는 설도 있다.

여성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남성들의 성적 집착이 되기도 하는데, 발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전족을 보라. 오죽하면'풋 페티시(foot fetish)'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성의 발은 섹시함의 대명사일 정도다.

요즘 한 홈쇼핑 광고도 발에 대한 집착의 연장선상인 것 같다.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발에 구두를 신겨준다. 고객을 섬기겠다는 의미겠지만 왜 하필 구두를 신겨주는 걸까? 옷이나 보석을 줄 수도 있을텐데. 글쎄,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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