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실어음 유통 양해한 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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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철희·장영자부부 거액어음사건의 2회공판이 10일 상오10시 서울형사지법합의11부 (재판장 허정동 부장판사) 심리로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공영토건의 변강우사장(47)·김동희감사(47)·변태수상무(48)·변형좌총무이사(44)와 일신제강의 주창균회장(61)·배길훈사장(35) ,공덕종 전상업은행장(59) 등 기업체·은행의 관련피고인 7명이 출정, 1회공판 때와 같이 공소장 낭독을 생략하고 검찰측 사실신문과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모두 끝냈다.
검찰 측에서는 이날 대검 중앙수사부 2과장 성민경 부장검사를 비롯, 김상수·정상명·박주선검사 등이 관여했으며, 변호인 측에서는 김일두·김동환· 조족일·김성재·이재양변호사 등이 변론을 맡았다.
재판부는 이날도 법정내 사진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진술에 나선 주창균피고인(일신제강회장)은 이철희·장영자 부부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난 것은 사실이며 1백57억원을 지원받고 5백9억원의 어음을 발행해 주었다고 공소사실을 시인했다.
주피고인은 또 이들에게 어음발행을 해주라고 부탁이나 압력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계속 많은 어음을 발행해 달라는 이들 부부의 요구를 실무자들이 억제해 온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주피고인은 또 이·장부부가 견실어음을 사용하되 담보로만 쓰고 시중에는 유통시키지 않겠다고 했으나 일부를 유통시켰다고 진술했다.
주피고인의 이같은 진술은 이·장부부가 앞서 1차 공판에서 견질어음이 『담보용이 아닌 유통용』 이라고 주장했고 관련기업피고인들은 검찰에서 『어디까지나 담보용』이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해와 담보용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이어서 이·장부부의 어음사기죄 성립과 관련기업간부들의 업무상배임죄 성립여부가 판가름나는 핵심진술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하오 1시5분쯤부터 재개된 검찰측의 사실심리에서 변태수피고인(48·공영토건상무)은 공영토건이 발행한 어음의 초과분을 이·장부부에게 단지 담보용으로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변강우 피고인도 이·장부부에게 어음초과분은 담보용이라는 약속을 받고 주었으며 이·장부부가공영토건 측에 빌려준 대여자금이 견실기업에만 빌려주는 「특수자금」 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상오 검찰신문에서 주창균피고인은 지난해 11월에는 이·장부부가 견실어음을 유통시키고 결제를 하지 못해 조흥은행으로부터 독촉을 받고 부도를 피하기 위해 일신제강이 20억원의 긴급자금을 유통해 결제한 적도 있다고 말하고 지금까지 일신발행어음중 1백억원이상 결제를 안한 것은 사실이나 자신이 발행을 하지 않아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주피곤인은 이 밖에 이씨부부를 접촉한 이유는 79년 5월 일부 신문에 일신제강이 부도를 냈다는 오보가 나는 바람에 자금난을 겪었고, 불황으로 제품이 팔리지 않는데다가 은행에서조차 대출을 해주지 않아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주피고인은 친목회원인 전한일은행장 한홍수씨를 통해 이철희씨를 소개받은 후 신분을 조사해보니 국회의원과 중앙정보부차장을 지낸 예비역장성으로 돈이 많다고 알려져 믿고 거래를 시각했다고 말했다.
공덕종피고인은 주창균피고인으로부터 5천만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기소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두차례에 모두 5백만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뇌물수수 부분중 대부분을 부인했다.
공피고인은 검찰조사과정에서 5천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은 검찰이 부인하면 가족·은행원까지 모두 소환하겠다고 해서 만사가 귀찮았기 때문이라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진술했다.
공피고인은 또 주피고인이 모든 것을 자백했다고 해서『주피고인이 시달리다가 거짓 자백했다』는 생각이 들어 법원에 가서 사실을 밝히리라 마음먹고 모든 것을 시인했다고 진술했다.
공피고인은 지난 2월 일신제강에 2백7억원의 회사채 지급보증을 해준 것은 사실이라고 공소사실을 시인했으나 누구의 청탁이나 압력·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피고인은 일신제강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정책지원을 요하는 업체로 선정된 바있어 국가경제정책상 대출 안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피고인은 또 일신제강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난해부터 신규대출을 줄이고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주피고인은 이·장부부 사건이 아니었으면 부도가 나지 않고 회사가 유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4일 상오10시부터 이규광피고인 등 나머지 관련피고인 15명을 모두 출정시켜 이사건에 대한 사실신문을 끝낼 예정이다.
14일 공판에는 임재수 조흥은행장의 뇌물수수부분을 가리기 위해 이· 장부부도 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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