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78호「금강반가혜성가」은 "예술아닌 고구려 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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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술사학회 발표회서 강우방씨 주장
지금까지 신라시대 작품으로 알려진 국보 78호 김동반 가은유상이 고구려의 불상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나와 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단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미술 사학회 월래 발표회에서 발표에 나선 강우방씨(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장)는 『일월식 보관의 반가사유상 고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강씨는 고구려 불상들의 양식적 특징은 대개 중국 동위시대 영향을 받아 네모난 얼굴에 등근 맛을 주고, 신재의 강한 곡선에 부드러운 천의가 잘 조화된 것인데, 국보 78호 반가사유강은 얼굴과 신채구성 및 천의의 표현에 바로 동양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삼국시대 불상들은 확실한 기명의 결여로 소속 국가를 밝히기 힙들었지만, 각 불상의 양식적 특성으로 그 파악이 어느정도 가능했으며, 특히 고구려의 경우 불상연구가 미진하여 백제나 신라에 비해 그 조각 기법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고구려는 고분벽화에서 뛰어난 예술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연가칠년명보살업상」이나 원오리 출토, 불상 등에서 보이듯이 강인한 기질의 독자적인 불상조각을 전개됐다고 강씨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 작품을 X레이 촬영해본 결과 주조된 면의 두께가 불과 3∼7㎜로 돼 있고 곳곳에 힘을 지정시켜주는 철심이 들어있는 놀라운 주조기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그동안 이 불상은 고신라양식으로 분류해 왔지만 당시 고신라에는 거창 출토 금동보살 입상에서 보듯이, 불상의 앞뒷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조화된 작품을 만들만큼 정교한 주조기술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반가사유상은 양식과 기법 어느면에서 보아도 6세기 후반의 고구려 불상으로 보아야 타당하다는 것.
한편 이 불상의 보관도 탑형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탑형 보관이란 형식은 6세기 이전에는 중국이나 한국어디에도 그 예가 없으며 이는 오히려 사산왕조와 돈황에서 보이는「일월식」, 즉 해와 초승달이 장식무늬로 구성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그는 이같이 뛰어난 고구려의 조형기술은 일본에 그대로 전파되어 비조시대의 「지리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았다.
일본의 비조문화는 주로 백제문화의 전파로만 파악되고 있으나 고구려가 더 강력한 영향력을 주었으며 이같은 사질은 담미·가서일·자마려 같은 고구려 화사들의 활동을 전해주는 기록과 고송총 벽화에 나타난 고구려 고분벽화의 강한 영향 등에서 명확히 나타난다는 것.
강씨는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이러한 뛰어난 불상조각과 백제의 또다른 높은 차원의 불상조각이 쌍벽을 이루고 있었으며 이것이 신라와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
발표후 문명대교수(동국대)는 강씨의 발표가 증래의 학실올 뒤집는 커다란 문제제기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이분야의 연구논문을 통해 활발한 토론이 전개될 것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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