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중국 경제 앞날은] 中. 부실 금융 뇌관 터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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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화 평가절상 다음날인 22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국인 투자자가 시황판을 보고 있다. [상하이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뇌관은 금융 부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소폭(2%) 절상하고 제한적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중점을 둘 분야는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다. 추가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데다 변동환율제가 도입됨에 따라 중국의 금융시장은 국내외의 작은 경제적 충격에도 흔들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 경우 자칫하면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

특히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은행의 부실채권은 중국 은행 시스템의 불안을 적나라하게 들춰내 세계 경제를 뒤흔들 '금융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실채권의 온상이 되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이 개혁의 고삐를 죄지 않으면 부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문제점을 아는 중국 정부는 1998년부터 부실채권 처리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제 첫 발을 뗀 위안화 절상 노력이 성공하려면 금융시장 안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 부실채권 얼마나 되나=중국의 부실채권 규모는 감춰진 부실이 많아 전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금융시장 개방 속도에 따라 공개되는 부분만 노출될 뿐이다.

국내 금융업계도 중국은행감독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전체 흐름만 파악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중국 전체 은행의 부실채권은 올 3월 말 1조8275억 위안(약 216조원)으로 전체 채권 가운데 12.4% 수준이다. 심지어 20% 선에 육박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안정적 수준이 1% 내외라는 점에서 이번 위안화 절상 조치에 따라 경제가 급랭하거나 외부 충격에 삐끗한다면 은행들의 줄도산까지 우려할 수 있는 규모다.

그나마 여기엔 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자산이 제외됐다. 특히 해외 투자자산 중 부실화가능성이 큰 부분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발표 시점마다 통계가 다르고 시점에 따라 수치가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실제 부실채권 규모가 2조~3조 위안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공적 자금 투입과 은행의 채권 관리 강화로 부실채권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난관 많은 부실채권 처리=중국 정부는 98년부터 4대 국유상업은행(건설.공상.농업.중국은행)에 공적 자금을 집중 투입했고 99년에는 이들 은행 산하에 금융자산관리공사(AMC)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처리하고 있다.

공적자금은 2003년 말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에 각각 1863억 위안(약 22조원)이 투입됐고, 공상은행과 농업은행에도 5796억 위안(약 70조원)이 지원되고 있다.

또 이들 은행 산하의 4개 금융자산관리공사는 모두 1조3940억원의 부실채권을 이전받아 지난해 말까지 1370억 위안을 회수했다. 국제 입찰을 통한 부실채권의 해외 매각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증권도 지난 14일 창청(長城)자산관리공사에서 2억 달러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국내외 업체들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입되는 국제자본의 적지 않은 부분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노린다는 게 중국 정부로선 고민거리다. 국제자금이 계속 유입되어 경기를 과열시킬 경우 위안화 절상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안화 절상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냉각될 경우 핫머니(단기성 국제자금)가 급격히 빠져나가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핫머니는 매년 500억~600억 달러가량 중국에 유입돼 누적금액이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중국 전문가들도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국유 기업이 의외로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올라가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도태되고, 돈을 빌려 준 금융기관들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앞으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의 흐름 속에 9% 성장을 계속해 나가려면 금융기관의 부실화 등 국내의 불안 요인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도쿄=김현기 특파원,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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