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돌풍에 숨죽인 미국 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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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여자골프계에 10대 돌풍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24일(한국시간) LPGA의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에비앙 마스터즈에서 18세의 신인 폴라 크리머(미국)가 우승을 차지했고, 15세의 아마추어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는 공동 2위에 올랐다.US여자주니어골프챔피언십에서는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맞붙어 김인경(17.한영외고)이 우승, 박인비(17)가 준우승했다.

18세 크리머 15세 미셸 위
'여제' 소렌스탐 잠재워
에비앙 골프 나란히 1,2위

한 달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크리머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강자들이 총출동한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합계 15언더파로 여유있게 우승, 올해 2승째를 챙겼다. 37만5000달러(약 3억8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아(올해 상금 111만 달러) 상금 랭킹이 소렌스탐에 이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LPGA 사무국은 크리머가 ▶LPGA 투어 최연소(18세11개월) 통산 상금 100만 달러 돌파(종전 크리스티나 김, 21세2개월)▶투어 입문 후 최단 기간(4개월) 100만 달러 돌파(종전 카리 웹, 10개월)▶신인 최다 상금(종전 웹, 100만 달러)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고 발표했다.

미셸 위도 만만치 않다. 미셸은 이번 대회 7언더파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세 번째 준우승이다. 미셸은 올해 LPGA투어 대회에 6차례 나가 모두 컷을 통과했고, US오픈 23위가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였다면 약 55만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크리머가 16개 대회에 나가 111만 달러를 번 것과 미셸이 6개 대회에서 55만 달러에 해당하는 성적을 낸 것은 미셸의 가치를 증명한다. 미셸은 "크리머나 US오픈 준우승자인 모건 프리셀을 라이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인경, 박인비 한 대회서 1,2위
한국인이 '주니어 태풍의 핵'

24일 미국 아이다호주 이글의 밴버리 골프장에서 끝난 US여자주니어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인경(사진 (左))은 6개월 단기 유학생이다. 매치 플레이로 벌어진 대회의 결승 상대 역시 한국인인 박인비(右). 준결승에서 탈락한 재미 동포 조안 리(16)까지 포함하면 4강 중 3명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다.

미국 여자골프계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일반화됐지만 10대 주니어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활약은 더 두드러진다. 김인경은 주니어선수들의 투어 대회인 IJGT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박인비도 14세이던 2002년 US여자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미국의 각종 주니어 대회의 리더보드는 수많은 김씨와 이씨 등 한국인 혹은 한국계 선수가 점령하고 있다.

한국 여자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방식은 박세리(CJ)형과 박지은(나이키골프)형으로 구분된다. 미국 선수들은 박세리형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골프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HSMG 장종환 대표이사는 "한국 선수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한국 선수들의 영향을 받아 미국 여자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방식이 스파르타식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 주니어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미국 선수들은 폴라 크리머처럼 대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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