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스타탄생(10)팬들 인기도 따라 뽑아본 10명의 선수|거물투수 OB 박철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마운드에 우뚝 솟은 한 그루의 거목이다.
전기리그에서 OB베어즈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투수부문에서 기록의 메이커가 된 박철순(26).
연승(17) 다승(18승 3세이브 2패) 완투(11) 승률(9할) 탈삼진(57) 경기수(24) 타자를 맞은 타석수(6백51) 타수(5백90) 투구횟수(1백67) 그리고 투구수(2천3백2) 등이 모두 그가 첫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세운 투수기록들이다.
이 가운데 17연승과 9할의 승률은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웃긴다』고 할지 몰라도 「도토리 키 재기 식의 걸음마 한국프로 야구에서는 영원히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는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며 한 게임, 아니 투구마다 최선을 다한 데서 이뤄진 것이다.
연세대 때 정기전에도 제대로 한번 뛰지 못하더니 2학년 때인 80년 1월 미국프로야구 수출 1호로 밀워키 브루어즈 2군에 입단한다고 떠났다. 각 팀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것이다. 그래서 계약금 1만달러 월봉 7백달러라는 정말 거지신세를 면할 정도의 대우(?)로 눈물을 흘리며 비행기에 올랐다.
언어의 장벽과 노랑머리 속에 까만 머리 혼자, 그리고 버림받은 듯한 기숙사생활. 그러나 그는 배웠다. 프로의 근성과 훈련을-. 80년도에는 5승 2패로 더블A로 승격했고 여기서 12승 10패를 마크, 눈길을 끌고 있었다.
트리플A진출을 눈앞에 두고 지난 2월 휴가차 귀국했으며 마침 프로야구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합숙훈련에서 그의 피칭을 지켜본 OB는 3만달러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특급대우(계약금 2천만원 연봉 2천4백만원)로 그를 받아들였다.
위력적인 스피드와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유난히 큰손을 이용한 특유의 너클볼을 김영덕 감독이 확신한 것이다. 진흙 속에 묻힌 진주를 OB가 찾은 것이다.
아침저녁 손을 머리 뒤에 대고 허리굽혀펴기 2백번, 팔굽혀펴기 3백번의 고된 개인훈련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는다. 고되고 지루한 이 훈련을 견디지 못하면 마운드에서 홈런을 얻어맞는 것과 같다며 참아간다.
그는 손톱하나에도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손톱 깎기 대신 줄로 손질한다. 손톱이 찢어지면 변화구를 구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림 박기정화백
글 서이란기자 <끝>
◇신상메모
▲56년 3월12일생. 부산산. A형.
▲경남중·배명고·연세대 2년 휴학, 80년 2월 미국프로야구 밀워키 브루어즈 2군 입단, 82년 2월 OB베어즈 입단.
▲182㎝·72㎏·우완투수.
▲76년 12월 이기순씨(26)와 결혼, 상준(5) 상운(4)의 아들 2명을 둠.<서이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