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중국 경제 앞날은] 上. 연착륙 이뤄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홍콩의 한 환전소 주인이 22일 새 환율에 따라 홍콩달러의 위안화 환전 가격을 바꾸고 있다.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1달러당 8.111위안-거래량:0'

중국이 환율제도를 바꾼 다음날인 22일 오전 중국 상하이 외환교역센터. 중국 은행 간 외환거래를 중개하는 딜러들의 모니터엔 거래 내역이 없었다. 달러를 사고팔아야 할 시장이 너나 할 것 없이 눈치만 보며 '관망'중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선택'으로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지만, 과열 경기 등 초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환율이란 처방 하나로 치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중국 경제 체질 튼튼해질 수도=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9.5%였다. 이미 올 목표(연 8%)를 넘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넘치는 달러가 물가를 자극해 경제가 지나치게 달아올랐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이런 과열을 치유하고 경기를 부드럽게 가라앉히기 위한 대책의 결정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 과도한 투자가 줄고, 쏟아져 들어오던 달러도 줄어들면 물가 급등의 우려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줄어든 투자는 늘어난 구매력이 만회해 줄 수 있다. 오른 돈 가치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져 내수 소비가 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면 중국 정부가 바라마지 않는 안정적인 경제성장 체질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에 일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 속에 경기 진정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위안화 이후 중국 경제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골드먼삭스 등은 "중국이 위안화 추가 절상 폭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개혁을 이끌어갈 경우 산업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전통적인 생산방식이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으로 재료를 싸게 사게 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수출증가도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골드먼삭스의 이코노미스트 홍량은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싼 노동력이 아니라 주문에 맞춰 완제품을 신속히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며 "(위안화 절상으로)방글라데시 등 경쟁국가에 비해 조건이 불리해진다 하더라도 (수출 등에)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쩌우추취(走出去)'라 불리는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름으로써 해외 기업을 더 싸게 사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앞으로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을 노리는 중국 기업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넘어야 할 산도 많다=베이징 금융 관계자들은 수익을 못 내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수출 기업 중 적은 이익을 내면서 해외에 물건을 쏟아내는 이른바 '한계성 기업'들엔 2%의 절상 폭도 만만찮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섬유제품과 세탁기.전자레인지 등 이윤이 적은 중국의 일부 수출업계들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위안화가 연내에 10% 절상될 경우 올해 270만 명, 내년 300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추가 절상을 망설이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동안 빈부격차와 양극화로 소외돼 온 농촌 지역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주력상품인 농수산물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농민 등의 반발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투기자금까지 몰리며 가격이 계속 치솟았던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도 또 다른 과제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이 이번 기회를 차익실현의 적기로 판단한다면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절상이 이뤄지지 않거나 소폭에 그칠 경우에도 서방의 압력은 더욱 거세져 이에 따른 통상마찰과 정치적 갈등으로 중국의 수출이 더욱 차질을 빚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