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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5월 대충돌 위기] 교장단·전교조·교육부 '싸움 가르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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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계가 사실상 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달 충남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 이후 각급 학교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와 교감 등의 폭력사태 등 물리적 충돌이 빈발하고 있다.

교장단은 "걸핏하면 집단행동을 일삼는 전교조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오는 11일 가두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는 수준이었던 다툼이 이제 집단적 힘의 행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선은 교장.전교조 교사 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교조가 몇개월째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때문에 전교조는 이달 중 집단 연가(年暇)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부.교장단.전교조 교사가 서로를 마주 보며 달리고 있는 셈이다.

◇갈등의 배후엔 불신=徐교장 자살 사건 이후 경기도 K여고, 서울 M초등에서 전교조 교사와 교감 사이에 폭력사태가 잇따랐다. 서울 E초등학교에선 최근 전교조 교사와 일반 교사 사이에 회식자리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져 교사가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켜켜이 쌓여 있던 교장.교감과 전교조 간 불신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합법화한 이후 소수였던 전교조는 점차 힘을 모으면서 교장단이나 재단이사장 등의 비민주적 학교운영을 비판해왔다.

또 비교육적인 관행을 배제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여왔다. 최근엔 특히 학교 현장의 비민주적 관행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교사들의 투표로 교장을 뽑는 교장선출보직제를 들고 나왔다.

이것이 전국 교장단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장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전교조와 맞대응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교장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전교조의 공동수업과 관련해 교장들이 "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멋대로 반미.친북 수업을 한다"며 교육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더 이상 밀려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교육계 갈등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재자는 안 보여=교단 갈등을 진정시켜야 할 교육부가 전교조와 몇개월째 갈등에 휘말리면서 중재자 역할을 상실한 상태다. 윤덕홍(尹德弘)교육부총리는 지난달부터 전교조와 NEIS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으나 사태 해결에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尹부총리는 이어 2일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과 함께 교단 갈등 해소를 호소했으나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교육계 원로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싸움에 잘못 휘말렸다가는 상대방의 집중 공세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들 피하고 있다.

한양대 정진곤(鄭鎭坤)교수는 "교단 갈등으로 학생의 피해는 물론 교육계가 국민의 신망을 잃어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鄭교수는 "전교조, 교장단 모두가 스스로 변화된 자세 속에서 타협과 상생의 규칙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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