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연예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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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해외진출 연예인들의 빈번한 귀국공연을 보는 국내 팬들의 마땅찮은 반응은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국내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아닌게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에서 실상 연예활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가수, 배우들이 번갈아 가며 귀국,「아무개 귀국 특별 쇼」라는 와이드 프로의 방송에 출연하는 걸 보면 그들의 외국에서의 생활을 어림짐작이라도 하는 사람들의 식상 감을 자극하는 것도 어쩌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연협 가수분과위 라는 데서 그들 나름대로의 사연으로 일부 가수들에게 제재를 가하면서 해외에 살다가 돌아온 가수들을 포함시킨 것도 외국의 거주지와 한국을 넘나들면서 본분은 제쳐놓고 특권만 취하는 듯한 그들에 대한 거부반응의 작용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얼핏 생각하면 내가 가진 재능으로 내 돈벌이하는데 무슨 잘못이 있는가 고 제재를 당하는 사람들은 항변 할 법하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는 한국, 노래하는 무대는 여기 이 땅에 남아 산업전선에서 땀흘리고 북한의 남침위협에 대비하고, 가뭄에 가슴 죄고 장마에 통곡하는 사람들이 지키고, 키우고, 가꾼 나라요 무대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미국, 일본, 유럽이라는 「무풍지대」에 안주하며 우리가 내는 세금,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나가는 방위소집이나 예비군소집을 면제받고 살면서 잊을만하면 훌쩍 한번 귀국하여 방송국의 과분한 특별무대 에서「한탕」하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그들의 출국동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한 것이다.
그들은 대개 교포위문이라는 「갸륵한 명분」으로 출국을 하여 교포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 몇 차례 공연이라는 것을 한 뒤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그렇게 「증발」되는 연예인들일수록 국내의 채무자로부터의 도피 케이스가 많다.
이제는 우리도 해외여행자유화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이런 마당에 연예인들의 해외정착이나 귀국공연 자체를 가지고 소아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거나 감정적인 처사라고 할 수가 있겠다.
연예인들에게도 해외여행의 문호는 개방되어 있다. 인기인 또는 유명인 이라고 이민 못 가라는 법이 없다. 가급적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이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시책도 그런 방향이다 .
그러나 무슨 방법, 무슨 목적으로 출국했건 일단 이민했으면 거기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여 동포사회의 공동의 번영에 기여하라고 해외의 유명인 들에게 촉구하고 싶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그림공부를 하면서, 햄버거 집을 경영하면서, 모든 구멍가게 규모의 술집에서 흘러간 노래정도를 부르면서 일시 귀국해서는 해외에서의 연예활동의 연장인양 특별무대로 막대한 출연료를 받는 것은 건전한 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출연료로 받은 돈을 어떻게 달러로 바꾸어 가는지도 궁금하다.
해외동포들에게 한국의 품은 언제나 열려있고 언제나 따뜻하다. 그렇다고 고국이 이용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국생활을 청산하고 영구 귀국한 연예인들에게까지 냉소하고 푸대접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다. 그들의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은 팬들이 결정할 일이다. 연협 가수분 위는 일부 가수들의 해외거주를 불법체류라고 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불법체류는 아니다. 그들은 필요한 월차를 밟아서 체류기간을 연장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도의적인 비난은 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렇다고 생존권까지 박탈당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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