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반란' … 가부장제 마지막 상징 없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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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반란'이 성공했다. 대법원은 21일 성년 여자 후손도 종중원(宗中員)의 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청송 심(沈)씨 혜령공파의 출가 여성들은 기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며 "재산 문제를 떠나 종중원으로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종중원으로서의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올 3월 호주제 폐지법안의 통과에 이어 양성평등에 있어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출가한 여성은 종중의 일원이 아니라는 사회적 통념도 바뀌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용인 이(李)씨 사맹공파와 청송 심(沈)씨 혜령공파의 출가 여성 8명이 종회(宗會)를 상대로 낸 종회 회원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중 구성에 관한 관습은 급속한 경제성장,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와 남녀 평등의식 확산 등으로 법적 확신이 약화됐다"며 "개인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한 법 질서에도 부합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동 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한 종중의 본질에 비춰 공동 선조와 성(姓)과 본(本)이 같으면 남녀 구별 없이 종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종원은 공동 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자로 제한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47년 만에 변경됐다.

김현경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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