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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박해민·안지만 … 유망주가 삼성 ‘야구왕조’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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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14년 삼성과 1980년대 해태. 두 팀이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삼성이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 4연패를 이뤄내자 야구팬들의 호기심은 ‘사자가 세냐 호랑이가 세냐’로 넘어왔다. 해태는 1986~89년 4년 연속 KS 우승을 했지만 이 기간 정규리그 우승은 1988년 한 차례뿐이었다.

 삼성은 2002년 이전까지 KS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 한을 풀기 위해 2000년대 초반까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들을 사들였다. 일부 팬들은 삼성을 ‘돈성’이라고 비난했다. 2010년대 삼성의 선수단 구성은 과거 해태와 닮았다. 그러나 ‘꾸준히 강한 팀’을 만드는 방법은 달랐다. 광주와 전남·전북을 연고로 했던 80년대 해태는 야구 명문 광주일고·군산상고·광주상고 출신의 뛰어난 선수들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였다.

 상대적으로 대구·경북에서는 그만한 선수들이 드물었다. 숱한 실패 끝에 삼성은 우승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2005·2006년 연속으로 KS를 제패한 이후엔 자신감을 갖고 선수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서정환(59) 한국야구위원회 운영위원은 두 팀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삼성과 해태에서 뛰었던 서 위원은 삼성(1998~99년)과 해태를 인수한 KIA(2006~2007년)에서 감독을 지냈다. 그는 “해태엔 10승 투수가 4~5명 있었고, 마무리엔 선동열이 버티고 있었다”며 “타선 짜임새도 좋았다. 발 빠른 김일권·차영화가 소총이라면 김준환·김종모는 중거리포, 김성한·김봉연이 장거리 대포였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지금 삼성에 김상수·박해민 등 발 빠른 타자들이 있는 건 과거와 다른 점이다. 밴덴헐크·윤성환 등 10승 투수들이 버티고 있고, 안지만이 축이 된 중간계투도 강하다. 오승환이 나가자 임창용이 돌아왔다”며 “ 해태처럼 삼성 선수들을 보면 역할과 개성이 각각 다르다. 그래서 강하다”고 덧붙였다.

 박철우(50) 두산 코치는 1987년 해태에 입단했고, 89년 우승 당시 KS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박 코치는 “신인 때 KS를 치렀는데 해태 선배들 배짱이 대단했다. 2등으로 올라갔지만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89년엔 빙그레의 도전이 거셌다. 당시 해태는 KS 1차전에서 0-4로 졌다. 박 코치는 “그래도 선배들은 진다고 생각하지 않더라. 이후 4경기를 내리 이겼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삼성은 2군 코칭스태프를 보강하고 3군까지 운영하고 있다. 2군 구장인 경산볼파크에는 야구사관학교를 표방하는 ‘BB 아크’까지 만들어 운영 중이다. 4년 연속 우승을 하는 동안 삼성엔 부상 선수가 거의 없었다. 두터운 선수층 덕분이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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