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2005 결혼 방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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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 추남과 사귀면 "남자가 돈이 많은가 봐"라고 수군대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여자가 어느 정도 예쁘면, 돈을 어느 정도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 놀라지 마시라. 여성의 인상(얼굴)을 다섯 단계로 나눴을 때 등급에 따라 남편의 연봉이 평균 324만4400원 높아진단다.

어떻게 밝혔느냐고?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가 지난해부터 결혼정보회사 ㈜좋은만남 선우 회원 1만7000여 명의 정보(신상정보 제외)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 자료의 용량만 무려 800메가. 이 '정보의 바다'에서 김 교수는 우리 사회 결혼의 몇 가지 단면들을 밝혀냈다.

여성의 인상지수에 대한 남성 연봉의 차이는 조사 대상 중에서도 결혼에 성공한 1866명(933쌍)에 대한 분석 결과다. '여성 조건과 남성 연봉의 관계'를 알아본 셈이다. 변수로 놓인 여성의 조건은 다섯 가지. 소득.학력.체중.키.인상이다. 이 중 인상은 호감-약간 호감-보통-약간 비호감-비호감, 다섯 가지로 나뉜다. 커플매니저들이 입회 상담을 할 때 작성해 놓은 것이다. 전체 연구 대상 여성 중 '호감'은 5.1%였고, '약간 호감(39.7%)'과 '보통(53.7%)'이 대다수였다. '약간 비호감' 이하는 1.5%에 그쳤다. 이 등급별로 여성들의 남편 연봉을 따져보니 각 등급이 평균 324만여원 차이 나더라는 것이다. 결국 인상이 '호감'인 여성이 '비호감'인 여성들에 비해 평균 연봉이 1300여만원이나 많은 남성과 결혼했다는 얘기가 된다.

더 놀라운 건 여성 조건 중 남편 연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바로 인상이었다는 것이다. 키나 학력 등 나머지 조건들은 연봉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둘째 조건인 키는 1㎝ 커질 때마다 남편의 연봉이 43만원 올랐다. 학력(전체 6등급)도 등급당 38만원 올랐고, 소득은 1만원당 3367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체중의 경우 1㎏ 늘 때마다 7만원씩 깎였다. 모두 평균치. 포동포동해도 사랑받는 '삼순이'는 TV 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는 없다는 얘기다.

남성들, 웃을 문제가 아니다. 뒤집어 보면 예쁜 여성과 결혼하려면 1년에 300만원 이상 더 벌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결혼 얘기니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또 사랑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이뤄지는 커플도 무수히 많다.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 해도 왠지 입맛은 씁쓸하다. 김 교수가 이런 심정을 대변해 준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남성의 수입과 여성의 인상이 상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

글=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v>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모델=이용권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지배인
촬영협조=롯데백화점.데시안웨딩토탈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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