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폐경 일찍 올 수도="생리가 늦어졌을 때 '혹시 폐경?'하며 걱정한 적이 있다"는 전씨. 그러나 한 교수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며 겁(?)을 줬다. 35세 이전에 조기 폐경을 맞는 여성이 10%에 달하며, 특별한 이상 없이 23세에 폐경을 맞은 여성까지 봤다는 경험담까지 곁들였다.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8.3세. 48~52세에 폐경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 교수는 "가난한 나라 여성의 초경 연령은 선진국에 비해 늦지만(영양 결핍이 원인) 폐경 연령은 경제력.인종.생김새 등과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난자 수가 정해져 있어 생리를 일찍 시작하면 일찍 끝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 여성이 1년간 생리가 없으면 생리를 마지막 한 달이 (정상) 폐경의 시작이다. 대개는 특별한 이유없이 3개월 이상 생리가 없으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폐경 증상, 60%가 경험=한 교수는 폐경 증상을 전.후기 증상으로 나눠 설명했다. 전기는 폐경 2~3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개 얼굴이 심하게 화끈거린다고 호소한다. 심장이 마구 뛰어 자신이 심장병에 걸렸다고 오인하기도 한다. 또 땀이 물 흐르듯 쏟아지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며, 소변이 자주 마렵다.
후기 증상은 심장.뼈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협심증.심근경색.골다공증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 우울증.건강염려증.자살 충동.관절통(퇴행성 관절염과 증상이 비슷)도 폐경의 후기 증상이다. 이 같은 폐경 증상을 한국 여성의 60%(미국 등 서양 여성은 80%)가 경험한다. 설상가상으로 여성의 폐경 무렵엔 아들 입대, 딸의 출가, 부모의 사망, 남편 퇴직 등 스트레스가 잇따라 밀려올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전문가에게=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양이 폐경 전의 10% 수준으로 급감한다. 그래서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전씨는 "공연 도중 여성호르몬제 복용이 오히려 암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정말 먹어도 괜찮은 지"를 물었다.
한 교수는 답변에 앞서 "2002년 7월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여성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을 복용한 여성은 호르몬제를 먹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근경색.뇌졸중 발생 위험이 26%,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29%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 감소, 골다공증 예방, 노화 방지 등 건강상 이익이 많다"며 "복용 여부는 전문의의 의견을 따르라"고 권했다. 또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살이 찐다, 자궁근종이 커진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 예방='메노포즈'에서 전씨는 폐경 뒤 골다공증에 걸려 글루코사민을 끼고 사는 것으로 그려진다. 전씨는 자신의 할머니가 꼬부랑 할머니였다며 꼬부랑 허리가 유전인지, 아니면 골다공증과 관련 있는지 궁금해 했다.
한 교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원인의 90%는 골다공증이며, 가족력.유전적 소인이 있고, 여성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은 남성의 6배에 달한다"고 전씨를 바짝 긴장시켰다.
또 "글루코사민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골다공증 등 뼈를 튼튼히 만드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조언했다.
폐경 여성은 골다공증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골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척추 골절을 겪은 폐경 여성 5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또 다른 골절을 경험한다. 한 교수는 "골다공증으로 진단된 폐경 여성은 칼슘.비타민D 보충, 운동 만으론 골절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므로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근경색 등 심장병 예방=폐경은 협심증.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20~40대에선 심장병의 남녀 발생 비율이 2대 1이지만 폐경 뒤엔 성별 차이가 없어진다. 과거엔 폐경 여성의 심장병 예방을 위해 주로 호르몬제가 처방됐다. 그러나 지금은 호르몬제를 처방하지 않거나 용량을 줄이고, 폐경이 된 지 5년 이내에 처방한다. 심장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미국NIH의 조사 결과 때문이다.
한 교수는 "혈압.콜레스테롤.혈당.호모시스테인 수치를 잘 조절하고, 흡연과 비만을 경계하며, 엽산.아스피린.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폐경 여성의 심장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폐경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미리 불안해 하지 말고, 40세 이전엔 잊고 지낸다
- 40세 이후엔 골다공증.심장병의 가족력이 있거나 두 번 이상 뼈가 부러진 경험이 있는 여성은 골밀도 측정, 혈액검사.소변검사를 통한 골대사 지표 검사를 받는다
- 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한다.(50대 이후엔 칼슘 흡수가 떨어짐)
- 빠르게 걷기, 등산 등 유산소 운동과 함께 덤벨 등 근력운동을 병행한다
- 콩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든 식품을 섭취한다
- 사회활동을 늘리고, 개인만의 취미활동을 갖는다
- 금연하고 절주한다
자료=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내분비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