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상의 회장,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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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대로만 하면 아파트값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반(反)시장적 정책만 내놓고 있다."

박용성(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특별강연과 기자간담회에서다. 박 회장은 "서울 강남의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동산 정책"이라며 "방향이 이렇게 명확한데 이것은 못하고 다른 반시장적 규제만 하니 참여정부 들어 강남 아파트값이 30 ~ 40%씩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강남 아파트값이 검찰.경찰이 나서야 할 문제냐"며 "현재 시세 대비 0.15% 수준인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1%)으로 높이되 양도세를 대폭 낮추고, 반시장적 규제는 모두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또 정치권 등이 조세 저항 운운하며 반대하겠지만 이를 넘어서야 한다"며 "타워 팰리스 93평에 사는 사람에게 지금처럼 600만원대가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인 3000만원대의 세금을 내게 하고 떳떳하게 좋은 집에 살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고픈 것은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있지만 배 아픈 것은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보유세를 올려 늘어난 세수(稅收)로 집 없는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을 마련해 주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시장적 대책의 대표적 사례로 '영세 자영업자 종합대책'과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금지' 등을 들면서 "망할 곳은 망하고 생존할 수 있는 곳은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진입을 막고, 영업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박 회장은 노동 문제에 대해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근로자 임금이 국내 울산 근로자 임금보다 20% 싸다"며 "국민소득이 세 배가 넘는 나라보다 임금을 더 받는 것이 과연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라인에서 왼쪽 바퀴를 다는 근로자와 오른쪽 바퀴를 다는 근로자의 임금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시장이 아닌 노조의 힘에 의해 결정된 임금인 만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교적 균형 잡힌 정책을 펴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에 대해 양대 노총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부 장관'이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회장은 "요즘 어디 크게 공장 짓는 거 본 적 있느냐"고 반문하며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30 ~ 40년 사업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반도체 등 몇몇 첨단 업종 빼고는 제조업에선 더 이상 이런 것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 동생(박용현 전 서울대병원장) 이 성형수술에 관한 한 국내 의료진이 단연 세계 최고라고 하던데 막상 의료는 온통 규제 투성이라 산업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교육 등 블루오션 시장이 많은 데 왜 규제를 확 풀고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정책 역시 "모든 중소기업을 도와주겠다는 것은 모두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면서 차별적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제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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