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박주영, 운명의 중동 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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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때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이었다. 축구 대표팀 골잡이 계보를 이을 천재 스트라이커로 각광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주전은 커녕 출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물러날 곳 없는 박주영(29·알샤밥·사진)에게 중동 원정 A매치 2연전(14일 요르단·18일 이란)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도전 기회다.

 박주영은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직후 동료 정성룡(29·수원)과 함께 조별리그 탈락의 주범으로 몰렸다. ‘의리 발탁’ 논란 속에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실망을 안겼다. 월드컵 직전 아스널(잉글랜드)에서 방출돼 무적(無籍)의 설움까지 겪으며 박주영의 대표팀 내 위상은 더 초라해졌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은 중동 2연전을 앞두고 박주영을 대표팀 스트라이커 4순위에 놓았다.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을 우선 고려했지만,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3순위로 점찍은 지동원(23·도르트문트)마저 왼무릎 부상으로 쓰러지자 비로소 박주영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에게 두 차례의 원정 평가전은 축구 인생이 걸린 경기다. 이번에도 부진하면 박주영이 재기 무대로 점찍은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해진다. 유럽리그 복귀의 꿈도 멀어질 수 있다.

 박주영이 제 몫을 하면 중동 원정 징크스를 극복하려는 대표팀도 탄력을 받는다. 한국 축구는 서아시아 원정길에서 활짝 웃은 기억이 거의 없다. 특히나 18일에 맞붙을 이란과는 5차례 어웨이 경기에서 2무3패로 승리가 없다. 해발 1273m 고지대에 위치해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큰 데다 10만 명의 관중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이다. 최강희 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끈 최근 두 번의 A매치 맞대결에서는 한국이 원정과 홈에서 0-1로 졌다. 전성기 시절 중동팀에 유독 강했던 박주영이 살아나면 설욕 가능성도 한층 커진다.

송지훈 기자

슈틸리케호서 4순위 공격수로
내일 요르단전이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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