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판 하이얼 부총재 “한국은 세계서 가장 어려운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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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샤오미에 중국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뺏긴 것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다.” 중국 최대 가전회사인 하이얼그룹 리판(李攀·사진) 부총재가 최근 중국시장에서 샤오미에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삼성전자의 패배 요인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리판 부총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주최로 중국 칭다오에서 12일 열린 ‘2014 한·중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그는 강연 직후 한·중 기업간의 경쟁력 역전을 우려하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샤오미’를 예로 들었다. 리 부총재는 “샤오미가 기술이 뛰어나 1위를 차지한 것이 아니다. 젊은 소비자층을 상대로 만든 스마트폰이 호평을 받으며 샤오미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벌어들인 자금을 재투자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따라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 부총재는 “샤오미는 먼저 소비자로부터 예약을 받은 후 생산업체를 찾는 ‘맞춤형 생산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샤오미는 인터넷을 통해 시스템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를 개발에 반영하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연구팀 단독으로 제품을 연구해 출시한다”며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리 부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최고 브랜드도 생존이 어려워 한국에서 퇴출된다”며 틈새시장을 겨냥한 하이얼의 한국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적은 세탁물도 즉석에서 세탁할 수 있도록 한·중·일 연구개발팀이 만든 ‘아이 워시 3.8㎏’ 미니 세탁기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허리가 불편한 노년층 소비자를 겨냥해 경사진 드럼을 적용하고 세척효과를 높인 ‘효도 세탁기’ 출시도 예고했다. 리판 부총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한국 중소업체와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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