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전용 수표 3장이 결정적 단서|34만불 밀 반출 기도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34만 달러 밀 반출 기도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는 금괴 판매 하수인 한양수씨(36·서울종로4가 수성당 금은방 주인) 가 환전용에 떼어준 1백만원 짜리 수표 3장이었다.
은행원 20여명을 연행 수사하던 서울지검 남부지청 수사 팀은 지난17일 새벽2시 제일 은행 창구행원 김모양(20)으로부터『김봉섭씨가 6만 달러를 바꿀 때 4천2백30만원을 수표로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수표 중 제일은행중앙지점 5백 만원 권 등 5장의 배서내용이 은행장부에 명시 돼있다는 것.
수사대는 곧 배서인 들로부터 수표를 건네준 거래 경로를 추적했다.
이중 3강의 최종거래자가 수성당 금은방 주인 한양수씨에 일치됐다.
수사대가 3시간후인 17일 새벽5시 서울 논현동 산43의7 한씨 집을 덮쳤을 때 그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경찰에 연행된 한씨는 『주범은 일본인「하야마」씨고 그의 현지처 정은숙이 서초동 우성아파트에 살고있다』고 순순히 털어놓았다.
4명의 수사관이 아파트를 덮쳤을 때 정씨는 「하야마」씨와 국제전화를 하고있었다. 하야마씨에게 질린 정씨는 밀수의 전모를 자백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국내판매책인 조카사위 유아형씨(38)가 나왔다. 유씨도 곧 수갑을 찼다. 세관으로부터 사건을 인계 받은 지 닷새만의 쾌거였다.
검찰이 본격수사에 들어간 것은 가방발견4일 후인 지난14일.
발견당일의 출국자 명단조사에서도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한 검찰은 미화 중 87장의 TC(여행자수표 8만7천 달러) 에서부터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TC발급번호를 시중은행에서 대조, 환전해간 1백3명의 여권소지자 명단을 알아냈다.
이들을 일일이 불러 환전경위를 캤다. 그러나 하나같이 환전한, 사실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동두천의 김고희씨(28·여)는 TC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이주 대행업체에 여권을 맡겨놓은 도중에 다른 사람에 넘겨져 외화매입에 사용되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은행창구 담당자들로부터 이들의 여권을 모아 가지고 와 환전해간 사람이 김봉섭, 이영진이란 사실도 밝혀냈다.
처음엔 이 두 명이 화주이거나 배후인물로 생각,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두 사람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고, 초조해진 검찰이 다시 알선업체, 브로커들을 불러 수사했으나 뿌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가 벽에 부닥치자 금, 이등이 여권 위조단 이란 추측도 나왔고 은행원들이 직접 개입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결국 은행의 TC거래장부와 은행원 김모양의 진술에서 결정적 단서인 수표3장을 발견해변 것이다.
『이번 수사가 마치 동굴탐사 같았다』는 한 담당검사는『수사가 한 걸음씩 진전될수록 규모는 커지고 넓어져 당황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판매책인 유씨가 2일간 묵비권을 행사해 애를 먹었다는 것.
유씨는 20여명의 금은방 주인들을 대질하자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 사건은 아직도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밝혀낸 7㎏ 8만여 달러 어치 뿐으로 나머지 25만 달러 상당의 금의 행방과 ▲가방운반책과 「하야마」씨 배후의 국제 조직을 밝히는 게 숙제.
또 김봉섭 등이 4월 26일 ∼6월9일 사이에 환전해간 TC는 무슨 용도로 누구에게 전해 졌는지도 궁금한 점이다.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은행외환창구제도의 허점과 ▲무질서한 해외이주업체들의 여권관리가 드러난 것이다.
공항과 항만의 출입국관리에 대한 재정비도 있어야할 것이다. <허남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