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책의 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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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루하고도 긴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적절한 대책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는 정책당국으로서도 많은 의견을 수용하고 여과할 폭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 발표된 전경련의 민간경제백서는 관 주도의 목표집착 적인 경제정책이 복합되어 오늘의 난제를 배태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 백서는 앞으로의 발전전략은 안정기조 위에서 산업의 균형과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데 두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허가 등의 규제완화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시도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정책의 운용방식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은 경청할만한 내용이다.
한편 시국수습과 관련하여 민정당은 경기회복에 역점을 두고 한 자리 물가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는 권유를 정부 쪽에 하고 있다.
민정당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성장, 국제수지, 고용의 안정을 이루어야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은 장·단기정책과제가 혼입 되어 있어 어떤 기준에서 판단해야 할지 어렵다.
물가를 희생하고라도 경기자극에 힘을 쓰라는 것은 단기적인 정책이며 산업구조의 개편은 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경제가 아직도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견해에 따라서는 통화공급을 늘려 내수를 환기 하라든가 환율을 인상하여 수출을 촉진 하라든가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요즘 나오고있는 주장가운데는 물가가 다소 흔들리더라도 경기를 살려야한다는 쪽이 우세해지고 있다.
물론 경기냐, 물가냐 하는 선택만큼 지난한 경제적 문제는 없다.
가장 소망스러운 것은 안정과 성장의 조화이겠으나 그것을 실현할 정책수단이 매우 제한적임을 부인할 수도 없다. 더구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환경에 비추어 대내적인 정책만으로 충분한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다.
그러면서도 물가 안정 론이 뒤로 밀린 듯 하는 논조에는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 통화를 대폭 늘린 다든가, 환율을 올린다는 것은 곧 인플레이션 유발 적인 경기자극 책이다.
이의 배경에는 지난날 인플레이션에 편승하여 호황을 누리던 잠재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착실한 내외시장을 길렀다기 보다는 격심한 인플레이션에 의한 차익에 더 구미가 당겨있었던 과거의 패턴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수량경기가 아니고 가격경기에 젖어있던 타성이 이제 와서 되살아난다면 지난 3년간 애써 닦아온 안정화 작업은 무의미한 고통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불황 감이 너무 널리 퍼져 있다는데 있다. 이러한 심리적 측면을 도외시하고 임시방편으로 정책수단을 논하는 것은 결코 유익한 것이 아니다.
다행히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해외경제여건은 차츰 불황의 바닥에서 위로 올라오고 있다.
미국경제의 회복지표인 주택건설과 자동차판매가 6월 들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구·일도 강력한 경기대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동향에 따른 것은 아니겠지만 작년 4·4분기 이후 계속 감소추세에 있던 수출신용장 내도 액이 6월 들어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예측한대로 하반기에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든다면 우리경제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가격경기의 환상을 버리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견실한 수량경기에 맞추는 경제체질을 길러야할 때다. 경제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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