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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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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젠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중무장 (?) 을 한 강도가 비행기까지 납치하려고 했다.
아직은 모의 중 탄로 날 정도지만, 그런 범죄의 기능 개발은 시간문제다.
우선 「M-16」이라면 월남전에서 위력을 떨친 세계 최우수 소총. 무서운 파괴력과 정확한 연발 력으로 M-16을 당해낼 소총이 없다. 여기에 비하면 「카빈 강도」는 순진한 편이다.
상상만 해도 전율스럽다 .최근 우리 나라 범죄는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 수준에 버금가는 규모, 현대 과학화하는 수법, 비인간적인 잔혹성.
일일이 를룔 들 필요는 없다. 요즘은 거의 매일 같이 그런 놀라움과 경험들 속에 살고 있다.
70년대 초 『스팅』이라는 미국 영화가 세계 사람들을 웃겨 준 일이 있었다. 「스팅」의 뜻은 벌에 쐴 때의 따끔한 맛. 바로 범인들의 행각을 스팅에 비유. 애교스럽다.
이를테면 조무래기 범인들이 거물급 범인들, 마피아집단의 일원들을 골려 먹는 얘기. 휴지뭉치를 돈 꾸러미로 속이는 촌극, 전화 교환원과 짜고 경마의 승부를 2분 늦게 알려주는 사이의 조작극, 가짜 카드놀이, 바로 그 가짜 카드놀이 주인공의 돈을 소매치기하는 재치 (?) .
이런 사기 극엔 50만 달러까지 동원되지만 장면, 장면들은 차라리 코미디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사회의 갖가지 범죄들은 좀 저렇게 인간적일 수 없을까 하는 착각마저 갖게 된다. 범죄의 인간화란 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대형 갱, 대규모 범죄집단, 잔학 범죄에만 질린 사람들이 오죽하면 저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선 스팅범죄만 보아왔다. 미국으로 치면 1930연대의 사회상쯤 된다. 물론 그 사회엔 마피아의 범죄사가 있다. 그러나 거대 미국의 특수한 일면이다.
우리 나라엔 아직 그런 집단 범죄조직은 없는 것 같다. 강력범이라고 해도 겨우 전과자 몇의 합작일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사회상은 그런 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준 규모와 조직과 범행의 수법은 놀라울 정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여기에 비인간적인 성향마저 가중되고 있다.
도대체 강도모의자가 M-16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정도다. 몇 년 전에 비하면 대포로 무장한 것과 똑같은 충격이다.
이른바 「한탕주의」가 요행의 수단이 되고 있는 한, 강도의 수법이나 무장은 더욱 더 가중될 것이다.
범인만 뒤쫓을 것이 아니라 범인의 범인인 한탕주의까지도 뒤쫓아 잡아야 한다. 누가 먼저 그것을 잡아야 할지는 스스로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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