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정책탄핵 막아야 임기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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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19일 당사에서 열린 특보단 회의에서 자신이 제의한 한나라당과의 연정 논의 활성화 및 정책 공조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기선 사무총장. [연합]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배기선 사무총장이 19일 연정론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 영등포 당사 의장실에서다. 단둘이 대화 중이던 이들은 기자가 찾아가 "야당의 무시.비난에도 계속 연정을 주장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닫았던 입을 열었다. 말문이 터지자 두 사람 모두 거침이 없었다. 즉석 '공동 인터뷰'는 40여분간 이어졌다.

-연정은 궁극적으로 개헌을 위한 것인가?

▶문 의장="연정 논의가 결국 개헌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노후'를 위해 특정 제도를 전제로 하고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연정 논의가 개헌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지, 개헌을 위해 연정을 꺼내든 게 아니다."

-야당에선 '노 대통령이 퇴임 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내각제로 가려 한다'는 말도 한다.

▶문 의장="상상력이 뛰어난 한나라당 사람들의 얘기다. 솔직히 대통령이 내각제 안 하면 (퇴임 뒤) 영향력을 발휘 못 하나? 그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 영향력이 전혀 없단 말이냐. 노 대통령은 젊은 분이니 편지도 보내고, (퇴임 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거다. (정치적) 영향력은 국민 공감대에서 나온다. 그게 있다면 그만 두고도 힘이 있을 수 있다."

듣고 있던 배기선 사무총장이 입을 열었다. 화살을 한나라당으로 돌렸다.

▶배 총장="한나라당이 정국을 '정책 탄핵'으로 몰고 가려 한다. (정부 여당의) 모든 주요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정책 탄핵을 막아내야 남은 임기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정책 탄핵'과 연정은 무슨 관계인가.

▶배 총장="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 '1인 대주주'였다. 혼자서 정치 시장의 주식을 51% 이상 확보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인 대주주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컨소시엄'을 통해 주식의 51%를 확보해야 한다. 정책 공조를 통해 정책 탄핵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연정이다."

문 의장이 말을 받았다. 다시 헌법 얘기를 꺼냈다.

▶문 의장="현행 헌법을 꼭 고쳐야 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의 각료 제청권을 잘 활용하면 된다. DJP 연합(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간 연합) 때도 이렇게 했다."

-여야가 내치.외치를 나눠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문 의장="그러면 명백한 위헌 시비에 걸릴 수 있다. 완전한 이원집정부제 같은 게 그렇다. 그러나 정파 간 합의에 따라 (기능이 아닌) 부처별로 장관을 나눌 수는 있다."

-연정을 하면 정책은 어떻게 결정하나?

▶문 의장="여야 합동 의원총회를 통하면 된다. 합동 전당대회까지는 안 돼도 합동 의총은 가능하다. 일부에선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면 국가보안법 폐지, 햇볕정책 등은 다 포기하는 거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책에서 줄 건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겠다. 우리가 숫자에서도 꿀리지 않는다. (여야가) 지금 정책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보수적인) 자민련과도 (연정을) 해 봤다."

배 총장이 "내가 바로 자민련까지 갔다 온 사람"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2000년 DJP 공조 때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이른바 '의원 꿔주기' 방식으로 당적을 옮겼던 경험이 있다.

-연정이란 결국 여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 아닌가.

▶배 총장="여당이 '제2기 문희상 체제'를 구성하자마자 (대통령이) 연정 얘기를 했다. 우리가 얼마나 당황했겠나. 그런데도 여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연정을 꺼냈다는 주장은 참으로 수준 낮은 얘기다."

배 총장은 "오는 9월 정기국회부터 구체적 '정책 연합'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정은 "쉽게 나온 얘기도 아니고, 쉽게 들어갈 얘기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문 의장도 "노 대통령이 당대에선 욕을 되게 먹지만, 두고두고 평가받을 일을 하고 있다"며 "연정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하 기자

"대통령 진정성 받아들여야" 김병준 정책실장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연정론을 포함, 정치구도 개편이나 선거제도 개선 등의 논의는 1990년대 초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해 왔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치권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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