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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리빙] '동화의 나라로 장난감 세계로' 마술 같은 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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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 9월 4일까지 마련된 어린이 도서관에서 가족들이 동화책을 읽고 있다. 벽에 장식된 그림은 동화책 속 장면을 확대해 놓은 것이다. 강정현 기자

여름방학을 맞아 갖가지 체험학습의 장(場)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상하지만 자칫 따분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벗고 재미를 앞세워 아이들을 부르고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 보았다. 다음 회엔 눈높이에 맞춘 알찬 공연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공연장을 소개한다.

"야! 저기 '우리 엄마'다." "아빠, 얘가 알도에요."

1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행복한 동화책 여행-존 버닝햄+앤서니 브라운과 함께 떠나요'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신이 났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우리 할아버지''알도'와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우리 엄마''동물원'등 인기 동화 16편에 사용됐던 원화 146점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 특히 '우리 엄마'는 책 전체 그림 23점 모두 벽에 걸렸다.

이날은 특히 작가인 존 버닝햄(68)의 사인회가 함께 열려 세계적인 이야기꾼의 얼굴을 직접 보려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처음 내한한 버닝햄은 "주로 영국이나 유럽을 배경으로 그림책을 써왔는데 한국에도 이렇게 독자가 많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하루 동안 미술관을 찾은 관객은 2000여 명. 성곡미술관 신정아 학예연구실장은 "1995년 성곡미술관 개관 이래 하루 최대 관객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별관 2, 3층에 마련된 '동화 속 나라'코너. 무대설치작가 정경희씨가 존 버닝햄의 '구름나라'와 앤서니 브라운의 '꿈꾸는 윌리'의 한 장면을 실제로 재현해 꾸며놓았다. 아이들은 솜으로 만든 구름 사이를 뛰어다니거나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린 밀림 속을 오가며 동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만끽했다. '구름나라'방을 찾은 김수민(8)양은 "나도 주인공 앨버트처럼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별관 1층은 국내에서 출판된 두 작가의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몄다. '행복한 동화책 여행'은 9월 4일까지 계속되며, 8월 20일께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사인회도 열 계획이다.

# 한국화를 그려보아요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는 8월 23일까지 '지필묵 놀이미술관-어린이를 위한 우리 그림전'이 열린다. 흰 눈이 내리고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전통 수묵화 속에 귀여운 방귀대장을 등장시킨 애니메이션, 천장에 걸린 붓을 타고 있는 종이로 만든 형형색색의 해골 작품, 민화로 만들어진 미로 등이 어린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어린이들이 먹과 붓을 이용해 화선지와 부채에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워크숍은 3000원의 재료비를 내면 참가할 수 있다.

# 내가 만든 도자기로 식사도

도자 공예는 어린이 체험 미술활동의 단골 메뉴. 올 여름에도 빠지지 않았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는 자신이 만든 도자기에 음식을 담아 레스토랑 전문 매니저에게 테이블 매너를 배울 수 있는 '갤러리에서 즐기는 만찬'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상은 유아와 초등학생. 23, 30일과 8월 20, 27일 이틀씩 두 차례에 걸려 진행된다. 첫째 날엔 도자 작가가 만든 초벌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유약을 바르는 체험을 하고, 둘째 날에는 완성된 도자기를 이용해 테이블 매너를 배운다.

# 장난감이랑 애니메이션이랑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는 'Go! Go! 신나는 미술천국'행사가 열린다. 과자봉지.구슬.지퍼.똑딱단추.경첩.자동차 타이어.쌀.국수.장난감.스펀지 등 일상의 친근한 물건들로 만든 조형작품 200여 점을 보여준다. 특히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지용호의 동물 조형, 자개와 자동차 도료를 이용한 신현중의 도롱뇽 모습 등에서는 예술가들의 기발한 발상과 독창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술과 놀이-펀스터즈'(23일~8월 21일)에서는 삼성 CF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앨 매킨즈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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