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혁신 디자인전 가보니] 삶을 바꾼 작은 발명들 '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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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년 스웨덴 발명가가 '안전한 성냥'을 개발하기 전까지 성냥은 '위험한 물건'이었다. 나뭇 개비 전체에 인을 입혀 작은 마찰에도 불이 붙었다. 서부 영화에서 카우보이가 성냥 개비를 청바지나 부츠 밑창에 그어 불을 붙이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안전한 성냥은 나뭇 개비 한쪽에만 인을 입히고 상자 바깥쪽에 마찰면을 만들어 두 부분이 부딪칠때만 발화하게 고안됐다. 승객의 몸통을 사선으로 가로 지른 뒤 골반을 가로로 잇는 삼각 안전벨트는 1950년대 스웨덴 자동차사 볼보의 연구원이 개발했다. 1959년 상용화된 이후 전세계 모든 차량이 채택하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로봇 청소기는 스웨덴의 가전회사인 일렉트로룩스가 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같이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발명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8일 스톡홀롬에서 개막해 다음달 14일까지 계속되는 '삶의 질을 높인 스웨덴 혁신 디자인전'이다. 전시품 모두가 스웨덴 출신 발명가들이 만든 것이다. 의약.기계.공구.자동차.유아.생활 용품 등 68점이 전시중이다.

전시 큐레이터인 가브리엘라 로페즈는 "스웨덴은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로 대표되는 발명과 기술 혁신의 나라"라며 "여러 발명품 가운데 일상 생활에 영향을 끼친 현대인의 필수품을 중심으로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가슴 아랫부분을 가로로 잘라 모유 수유를 할 수 있게 만든 티셔츠, 앞부분을 완전히 분리해 잠든 아기를 깨우지 않고 옮길 수 있는 아기띠, 벽면이 안으로 기울어져 음식을 뜨기 쉬운 유아용 식기 등은 모두 가슴에 와닿는 제품들이다. 응급 의료기기도 눈길을 끌었다. 50㎏의 무게로 1분에 100회 눌러주는 자동 심장 압박장치는 심장 박동이 멈춘 환자에게 사람의 손보다 더 정확한 강도와 속도로 심폐 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다.

스웨덴 디자인.공예 학회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는 2003년 러시아 상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열렸고 이듬해 브라질.칠레.멕시코.포르투갈을 순회했다.지금까지 모두 3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내년 2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열린다.

스톡홀롬(스웨덴)=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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