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80조 … 기회 엿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사상 최초로 80조원에 육박한 머니마켓펀드(MMF)가 자금 시장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은 단기성 자금을 묻어두느라 MMF로 돈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인데 이 자금이 물꼬를 어디로 틀지에 따라 증시 흐름도 달라질 전망이다.

◆ 80조원 육박=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MMF 잔액은 18일 79조87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펀드 잔액의 39%에 이른다. MMF는 올들어 20조원, 이달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MMF 잔액은 총 421조원으로 추산되는 시중 부동자금의 20%를 차지한다. 게다가 부동자금 중에도 전환이 가장 빠르고 시장 흐름에 민감해 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다.

MMF로 이처럼 돈이 쏠린 것은 우선 정부의 부동산 대책때문이다. 조성환 외환은행 PB상품팀장은 "재건축 시장 등으로 눈길을 주던 자금들이 종합 대책을 앞두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을 때는 MMF가 가장 추천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도 MMF로 들어오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5월 말 3.7% 수준이던 채권(국고채 3년물 기준) 금리가 현재 4.2% 대까지 뛰면서(채권 값은 급락)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MMF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 잔고는 현재 61조원으로 5월 말보다 4조원(7%) 가량 줄었다.

◆ MMF 어디로 가나=일단 부동산 종합 대책 확정 때까지는 MMF로 계속 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이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친다면 부동자금의 수위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축소와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사모투자펀드(PEF)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맞물릴 경우 부동 자금의 증시유입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성환 외환은행 팀장은 역시 "부동산 대책이 설득력을 얻으면 주식으로 자금 물꼬가 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부동산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약효가 떨어질 경우에도 채권형 펀드에서 MMF로 돈이 계속 몰릴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조중재 연구원은 "하반기에 내수 회복과 수출 증가 등으로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채권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MMF는=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의 약자로 고객 돈을 단기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금리 변화 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설계돼 짧은 기간 돈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데 많이 쓰인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