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아침 ] - '내 안의 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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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달이 자란다 내 안에서

달의 뒤편도 자란다

밀물이 자라고 썰물도 자란다

내 안에서 개펄은 두꺼워지고

해파리는 펄럭거리며

미역은 더욱 미끄러워진다

한켠에서 자라도 자란다

달이 커진다

내 죽음도 커지고

그대 이별의 이후도 커진다

죽음의 뒤편도 커지고

이별 이전도 커진다

뿌리만큼 거대한

내 안의 식물 줄기들

이문재(1959~),'내 안의 식물'

시는 감옥입니다. 세상의 경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시는 도망자입니다. 영원으로 달아나서 오히려 이승에 추억을 남깁니다. 시는 지옥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허상이지만 가끔씩 삶의 옆구리를 찌르는 뾰족한 가시입니다. 시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침묵할 때 몸속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식물입니다.

박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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