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집중」규정 미흡|상법개정 시한을 말한다|서돈각<전 동국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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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62년 l월20일 현행상법이 제정된 지 어언 20년을 경과하였다. 그 동안「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등 특별법에 의하여 일부 제도가 수정·보완되기는 하였으나 상법 전 자체의 개정은 한번도 없었다. 경제 사회의 변천에 맞추어 상법을 개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한국 상사 법 학회에서는 이에 관한 공동연구를 하여 1975년에「상법개정시안 및 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밖에도 한국 보험학회에서「보험법 개정시안」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회사편 중 회계규정에 관한 개정시안」경제인 단체에서 각각 개정의견이 나왔다. 정부에서도 1977년부터 l978년에 걸쳐서 법무부에 상법개정 자문위원회를 두어 장기간 논의하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 제5공화국 하에서 법무부는 작년 연말에 상법개정을 위한 특별 심의위원회를 두어 각계의 의견과 여론을 수집하여 심의를 거쳐 이제 제1차 시안을 확정하여 다시 각계의 의견을 묻게 된 것이다.
원래 회사 편 외에 보험 편·해상 편 등에 관한 개정의견도 있어서 전체에 관한 시안 작성을 기획하였으나, 시간 관계로 보험·해상에 관한 규정의 개 정은 다음해로 미루고, 올해에는 상법 총칙과 상행위 편의 극히 일부 규정과 회사 편, 특히 주식회사의 법제의 개 정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특별심의위원회의 심의에 참여한 필자는 이 시안을 비판한다기보다 개 정의 방향과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사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회사기업은 사원유한 책임의 특전과 사회의 신용을 얻는 수단으로 주식 회사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식 회사에는 대기업으로서의 실질을 갖춘 공개주식회사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소규모의 폐쇄주식 회사가 있다. 규제 상 너무 차이가 많으므로 주식회사를 대·소 회사로 구별하여 규정을 두는 것이 좋겠으나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영세한 개인기업들이 주식회사 제도를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주식회사의 최저 자본액을 법 정화하기로 하였다. 시안에서는 상법 제3백29조에서 주식회사의 자본은 2천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항을 신설하였다. 의견 중에는 5천만 원 이상으로 하자는 것도 많았으나, 자본이 너무 높아서는 새로 발족하는 기업의 회사설립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나는 시
안보다 어 낮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 주식과 사채의 단위금액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각 1만원으로 하고 있다(시안 제329조 4합, 제472조1합).이것도 대중참가를 위 하여는 높은 느낌이 있다. 종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는 실질적으로 영리활동을 하지 아니하는 부실 회사의 정리를 위하여, 일정기간 회사 존속에 따르는 소정의 등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회사에 대하여는 해산으로 의 제하는 휴면 회사의 해산에 관한 규정(시안 제520조의2)을 신설하였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주주에게 투자 자본회수의 길을 마련하기 위하여 현행 상법은 주식양도의 절대자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상법 제33조). 그러나 현실적으로 탐탁하지 못한 제3자가 들어오거나 주주권남용을 방지하여 회사경영의 안전을 꾀하기 위해서 정관으로 주식양도에 이사회의 승인을 요하게 하는 등 양도에 제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이 갈려 시안에는 들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이 양도를 제한하더라도 이사회가 주식양도를 승인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회사로 하여금 매수인을 지정하게 하는 규정을 두면 투하자본의 회수를 보장할 수 있다(일본상법 204조의2참조).
현행상법은 영미법상의 이사회 제도를 도입하여 이사회는 업무집행의 내용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등의 집행을 감독하는 기능까지 가지는 것이므로 감사에게는 회계감사의 권한만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것이 토착화되지 못하여 많은 주식회사는 이사 전원이 대표이사 또는 업무담당 이사로 되어서 이사회의 업무감독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개정시안은 감사에게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업무집행감독의 권한을 주고, 이를 위하여 많은 직무상의 권능을 인정하고 있다 (시안 제412조, 제390조 이하).이사회에 상당수의 평 이사를 두도록 법정하여 이사회의 업무집행감독의 기능을 살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감사로 하여금·그 기능을 확대시키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현행상법은 계속 기업의 견지에서 이른바 손익 법 주의에 의한 회계처리를 인정하였으나, 아직도 재산법 주의 아래의 채권자 보호에 중점을 두는 태도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개 정 시안에서는 손익 법 주의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총칙에서나 주식회사의 계산규정에서 재산목록을 삭제하고, 시안 제29조2항에서 상업장부의 작성은 상법에 규정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공정 타당한 회계관행에 따르도록 포괄규정을 신실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경우에 재산평가·이연 자산 등을 기업회계 원칙에 맡기도록 하자는 급진론도 있겠으나, 주식회사에는 중소규모의 것도 있으므로 계산에 관한 상법상의 규정이 있어야 기업채권자의 보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시안에서는 이연 재산의 확충과 부채성 충당성의 계산 등에 관한 규정만을 신실함으로써 점진적 태세를 취하고 있다(시안 제453조의2이하).
또 신주발행에 의한 증자의 경우에 발행예정 주식층수와 발행주식층수의 비율을 4대 1로 낮추어 자본조달의 기동성을 확대하고 있다(시안 제437조). 타인 자본조달인 사채발행에 있어서 발행 총액의 제한을 완화하여「자본과 준비금 총액의 2배」로 하고 있다(시안 제470조).
사채발행에 있어서 총액 제한을 철폐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두 채권자 보호를 위하여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주식배당제도를 신설하고(시안 제462조의 2)준비금의 자본전입을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한 것(시안 제561)은 전임의 기동성을 확보한 것이나, 신주를 발행할 때에 유상증자를 결합시키는 포괄증자제도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언급하여야 할 문제가 많으나 지면의 제약 상 뒷날로 미룬다. 다만 우리 상법이 기업의 결합 또는 집중에 관하여 고려하고 있지 않는데, 이번 개정시안에도 이점이 소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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